외부세계 향해 목청 돋우는 '꼬마 외교관'

‘우표 박사’ 안재영의 우표로 북한 읽기(1) 내부결속 선전, 외화벌이 다목적 크기 작지만 강렬한 메시지 담아

2025-11-10     안재영 박사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위해 2020년 발행한 북한 우표. 작은 우표 한장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고양신문] 20세기 이후 존재했던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마오쩌둥 등의 독재국가에 독재자들의 존속기간은 당대에 끝났다. 하지만 유일하게 조선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조선)의 일당, 일인 체제는 반세기를 훨씬 넘어 거의 1세기에 이르도록 존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70여 년 동안 북한(조선)에서 일당, 일인 체제가 백두혈통으로 불리며 세습까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해답을 북한(조선)이 발행한 우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조선)에서 우표는 흔히 ‘나라의 명함’ 또는 ‘꼬마 외교관’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1950년 6월 28일 미국이 북한(조선)을 ‘수출 통제국’으로 지정한 이후, 미국과 미국 체제에 동조하는 서구사회에서 북한(조선)을 적대국으로 취급하면서 국제적으로 고립시켜왔기 때문에, 북한(조선)이 자신의 목소리를 외부세계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과 수단들이 줄곧 막혀있었다. 하지만, 유엔의 산하기관인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한 북한(조선)이 우표에 사용되는 도상(image)들과 구호들을 통해서는 외부세계와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에, 북한(조선)에서 우표는 단순한 선불증서를 넘어서는 기능이 부여되어왔다. 

 민족의 자주통일을 강조한 2015년 우표. 북한은 1946년부터 남쪽 관련 우표를 총 120종 발행했는데, 2025년 조선우표목록에서 남쪽 관련 우표들을 모두 삭제했다.
북한이 만국우편연합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74년 발행한 우표.
 '종이보석'으로서의 북한 우표. 영국인은 세계에서 우표수집가가 가장 많기도 하며, 다이아나비는 영국인이 가장 좋아했던 왕세자비인 것을 감안해 판매 목적으로 1982년 발행했다.

북한(조선)이 우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북한(조선)에서 우표는 자유 자본주의 국가와 동일한 우편통신 수단으로 기능한다. 북한(조선)에서 우표가 ‘꼬마 통신원’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둘째, 우표는 내부 결속을 위한 인민에 대한 선전·선동 수단이다. 가장 작은 선전화로 분류되고 있는 우표 한 장에는 신년사나 당 대회의 결정 사항, 공화국 창건, 노동당 창당, 토지개혁법령 실시, 노동법령 실시 등을 비롯한 주요 공휴일은 물론, 국가상징인 국기, 국장, 국화, 애국가 등과 김일성의 태양절, 김정일의 광명성절과 국가적 주요 행사 등 모든 국가의 중요기념일이 우표 도상(圖像)과 함께 구호로 발행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조선)에서는 우표를 '작은 역사책', '작은 박물관'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국가의 주요 기념일에 맞추어 해마다 ‘우표 전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셋째, 우표는 대외적으로 북한(조선) 체제의 우수성과 보통국가로서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국가 미디어로서 구실을 한다. 따라서, 북한(조선)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국제우표박람회’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조선)에서는 우표를, ‘나라의 명함’ 또는 ‘꼬마 외교관’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넷째, 해외의 우표 수집가를 대상으로 하는 우표 판매를 통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북한(조선)에서 발행되는 우표들은 만국우편연합 가입 회원국 190여 국가에 자유롭게 들어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조선)에서는 우표를, ‘종이보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북한의 우표를 보면 북한의 모습이 보인다. 북맹(北盲)을 넘어서 평화적인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북한을 알아야 한다. 북한(조선)에서 발행되는 우표를 통해 우표에 담긴 메시지가 어떤 의미인지 헤아리며 북한의 현대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하며 북맹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안재영
접경마을 파주 장파리에서 나고 자란 평화운동가이자 중소기업인이다. 북한 우표를 주제로 석사와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우표로 보는 북한 현대사』, 『독도야 말해줘』 등의 책을 펴냈다. 현재 DMZ평화교육원, 영토문화관 독도, ㈜두레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