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상여·회다지소리,
삶과 이별의 미학을 연결하다
열여덟 번째 공연 큰 박수 받아 고양문화원서 많은 시민과 함께 무형문화유산의 깊은 울림 전해
[고양신문] 경기도 무형 문화유산인 ‘고양상여·회다지소리’가 올해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가 주관한 제18회 정기공연이 지난 8일 오후 3시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고양문화원 김용규 원장과 문화원 임원, 김이식 고양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장 등 시민 500여 명이 자리해 전통 상례문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이식 고양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장은 인사말에서 “상여·회다지소리는 우리 민족의 삶과 이별의 정서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사라져가는 상례문화를 지키는 데 더 큰 책임을 느낀다. 전승을 응원해 주신 이동환 고양시장,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 김용규 문화원장께 감사드린다. 이번 정기공연으로 고양의 무형문화유산이 시민의 기억 속에 깊이 남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장규 고양상여·회다지소리 예능보유자의 진두지휘로 시작된 무대는 승무·회심곡을 시작으로 ‘회방아 달고’, ‘먼 길 가야지’, ‘바라춤’, ‘추도가’, ‘길가름’이 이어졌다. 전통 장단과 소리, 상여 짚풀 공예 소품들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올해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했으며, 한 시민이 상여에 타 전통상례문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또한 관객들이 상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전통문화를 기념했다.
젊은 관객에게는 새로운 해석을, 어르신들에게는 잊힌 기억을 깨우는 순간이 되어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지켜보던 어르신들의 눈가가 젖었고,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에게는 전통문화를 처음 만나는 뜻깊은 장면이 됐다.
김용규 고양문화원장은 “고양상여·회다지소리는 고양의 역사와 향토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형문화유산이다. 보존회원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의 무대가 가능했다. 공연을 계기로 시민들이 향토문화에 더 깊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기공연은 전통 상례문화가 옛 풍습을 넘어, 공동체가 삶과 죽음을 다뤄 온 지혜이자 고양의 정신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는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고, 고양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 앞으로도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이번 공연은 고양문화원이 주최하고 고양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가 주관했으며, 김녕김씨송포종친회와 고양시향토민속예술연합회, ㈜태건비에프가 후원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함께 지켜 나가는 뜻을 모았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는 김녕김씨 24세손 차하수와 선공감 감역을 지낸 김성권 선조의 장례 의식을 재현한 민속문화다. 당시 상여는 일반 상여의 세 배 크기였고, 만장기는 250여 개에 달할 만큼 장대했다. 조문행렬은 무려 5리(약 2㎞)에 이어졌고, 장례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대접한 쌀이 열두 가마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양 지역 상례문화의 위상과 공동체적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