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아닌 회복, 시설 아닌 삶의 공간... 요양의 미래 실험 중”

[고양시 요양‧노인복지시설 탐방] 고양동 숲속 ‘이아소 실버케어 요양원’

2025-11-12     김진이 선임기자

고양동 자연환경+치매 맞춤프로그램 ‘주목’
하루 3시간이상 활동 프로그램, 인지회복 사례도
“1인실 확대와 예방 중심 케어가 요양의 미래”

어르신들과 함께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이아소 실버케어요양원 이현진 대표

[고양신문] “매일 아침 어르신들이 체조하고, 먹는 것, 산책, 화장실 가는 것, 이 기본을 되찾는 것이 자존감 회복의 시작입니다.”

매일 아침 어르신들과 함께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아소 실버케어 요양원의 이현진 공동대표. 유치원 원장 출신인 그는 치매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시어머니를 위해 전국의 요양원을 돌아봤다. 표정없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결국 직접 요양원을 시작하기로 했고, 그렇게 요양원을 만들고, 시작부터 지금까지 시어머니와 부모같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 

“아이들은 발달단계마다 개별 대응을 하는데, 왜 어르신은 병명 하나로 모든 삶의 패턴이 획일화돼야 할까”라는 질문이 그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아소 실버케어 요양원’은 2022년 1월 고양시 고양동의 숲속에 자리를 잡았다.

유치원 원장 출신인 이현진 대표는 치매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시어머니를 위해 직접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아소 실버케어는 99인 정원 규모로 전 객실을 1~2인실로 운영하며,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목조 건물 구조, 산책로와 햇살정원 등 자연 치유 공간이 조성돼 있다. 건물 입구에는 어르신의 아침 안부 인사를 기다리는 ‘바람정원’이 있고, 내부에는 미술치료실, 음악활동 공간, 다목적 수업실 등이 동선 중심에 배치되어 있다. 

이현진 대표는 “요양원은 일상을 유지하는 공간이지 병상이 아니다”라며 “자연 속에서 어르신이 하루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치매 어르신 다수가 입소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자기결정권’에 무게를 둔다. 어르신의 기호에 따라 식단을 조정하고, 외출 여부도 본인이 선택한다. 이러한 운영철학은 치매 어르신의 인지기능 유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입소 6개월 만에 인지점수가 15점에서 28점까지 회복된 사례도 있다.

“단지 머무는 것이 아닌 삶을 회복하는 요양” 
이아소 실버케어의 하루는 ‘움직이는 시간’으로 시작된다. 오전 10시부터 음악 활동, 밴드운동, 회상요법 등 다양한 수업이 돌아가며 3~4시간 이상 진행된다. 오후에는 산책이나 가족면회, 치유 프로그램이 연계된다. 활동은 강제하지 않고 자율 신청제로 운영되며, 참여율은 90% 이상이다.

생활 공간도 ‘공동체 단위’로 설계돼 있다. 2인실은 성향에 따라 ‘짝꿍’을 맺어주고, 수면시간과 식사 패턴이 맞는 어르신끼리 배치한다. “짐을 싸는 습관이 있는 어르신들끼리 한 방을 쓰며 서로 망을 봐주는 일도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치매 어르신의 세계를 존중하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식사 시간에도 선택권이 적용된다. 입맛이 없는 날엔 간식을 우선 제공하고, 회복기 어르신에겐 일대일 보조를 통해 자율 식사가 가능하게 돕는다. 매일 이뤄지는 소규모 회의에서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가 각각의 관찰 결과를 공유하고, 약물 조정과 심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이현진 대표

가족과의 실시간 공유, '투명한 요양'의 신뢰 확보
이아소 실버케어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보호자와의 ‘쌍방향 소통’ 시스템이다. 모든 어르신에 대해 담당 보호자와 카카오톡 가족방을 개설해, 수업 장면, 식사 사진, 건강상태 등을 매일 공유한다. 정기 상담 외에도 일상적 대화가 가능해, 보호자는 언제든 돌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방 운영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족들에게 실시간 영상 통화와 함께 주요 치료 변화, 수면 상태, 식습관 변화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대표는 “요양의 핵심은 신뢰이며, 신뢰는 은폐가 아닌 공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어르신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표현들도 눈에 띈다. 병명이 아닌 ‘별칭’으로 불러주는 것, 입소 초기에는 ‘신입환영 이벤트’를 마련해 공동체 적응을 돕는 방식 등이다. 이러한 섬세한 접근은 타 요양시설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평가된다.

1인실 전환‧예방 중심 모델 실험 
이아소 실버케어는 현재 전실 1인실 전환과 치매 예방 전문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다. 치매 초기나 경도인지장애(MCI) 단계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 훈련 프로그램과 예술활동 중심의 ‘치매 예방존’ 설계가 논의되고 있다. 

이현진 대표는 “우리는 지금 요양의 미래 모델을 실험하는 중”이라며 “치료가 아닌 회복, 시설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 요양의 본질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사건‧사고가 잦은 요즘, 이아소 실버케어는 작지만 뚜렷한 대안을 보여준다. 자연과 공동체, 그리고 가족이 함께하는 이곳의 실험이, 고양시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