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주말농장 농사체험이
이어준 '느린이웃들'

발달장애 가족 20여 팀 참여 벼룩시장 열며 기증품도 판매 협업·나눔·직업체험 어우러져

2025-11-12     한진수 기자

[고양신문] 지난 9일 오전, 일산서구 구산동 늘푸른주말농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활기가 넘쳤다. 발달장애 학생과 부모가 한 팀이 되어 김장 체험을 열었고, 알타리·깍두기 손질, 절임배추 버무리기, 고구마 캐기까지 ‘함께 하는 일’의 기쁨이 곳곳에서 피어났다. 현장에는 20여 가족, 90여 명이 모였으며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은 마치 살림꾼처럼 잰걸음으로 지원에 나섰다.

느린이웃 참여자들이 늘푸른주말농장에서 체험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벼룩시장도 이날의 또 다른 풍경이었다. 장애 당사자가 주도하고 부모가 조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기증품 판매뿐 아니라 ‘재사용’이라는 의미까지 더했다. 점심상에는 따끈한 밥과 수육, 겉절이가 올라 참가자들은 한 상을 나누며 체험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무를 버무렸고, 부모들은 양념 비율을 알려주거나 무거운 통을 옮겼다. 준비 과정부터 판매, 나눔 식사까지 전 과정이 ‘함께일 때 가능한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김장담그기도 인기가 많았다. 서로 체험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윤현철 늘푸른주말농장 대표는 “오늘 김장은 김치 한 포기를 넘어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자리였다. 모든 순간이 아이들에겐 일상 속 직업체험이 되고, 학부모님들에게는 돌봄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파란 하늘만큼 맑은 표정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오늘 하루가 느린이웃 모든 가족에게 힘찬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현철 늘푸른주말농장 대표가 배추를 묶고 있다.

행사의 중심에는 발달장애 가족 모임 ‘느린이웃’이 있었다. 느린이웃은 돌봄 부담으로 생기기 쉬운 고립감을 덜고 지역에서 친구처럼 연결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이번 체험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공동체다운 풍경을 선보였다.

벼룩시장에 참여한 가족들. 신기한 물건과 책, 장난감 등 다양한 물품이 가득했다.

조아라 느린이웃 대표는 “늘푸른주말농장의 배려 덕분에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었다. 김장을 준비하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역할을 찾아 성장하는 모습이 뿌듯했고, 가족들과 음식을 나누며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느꼈다. 무 뽑기와 김치 담그기는 모두가 힘을 모아 따뜻한 시간을 만들었다. 이번 김장 체험이 느린이웃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공동체의 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번 체험은 농장에서의 하루를 넘어, 지역에서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따뜻한 결과를 만드는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행사의 이모저모. 모두가 즐겁게 보낸 하루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