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에 종교 강요, 식자재는 교회로... 시립어린이집 원장 논란
견학 전 "아멘" 강요, 남는 음식 반출도 원장 "교회 음식 개인적 구매, 횡령 없어" 시 감사 결과 1개월 직무정지 통보 학부모 집단 반발에 사직의사 밝혀
[고양신문] 일산동구의 한 시립어린이집에서 원장이 원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고 식자재를 일부 빼돌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고양시는 감사 결과를 통해 '1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통보했지만, 이후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해당 원장은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제보 내용을 종합해보면 A원장은 지난 5년간 견학 등 외부 활동을 가기 전, 전체 원아들을 대상으로 기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제보 영상에 따르면 해당 원장은 4~7세 원아들에게 눈을 감게 하고 기도문을 읊은 뒤 "아멘"을 외치도록 시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입 교사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 출석을 종용하고, 교사들에게 지시해 교회 전도 팸플릿을 원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보내게 한 뒤 이를 확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통해 "선교원도 아닌 국공립 보육기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분노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식자재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A원장은 식단과 관계없는 재료와 용기를 어린이집 운영비로 구매한 뒤, 자신이 다니는 교회 부흥회 간식을 조리해 반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샐러드, 블루베리, 잡곡 등 고가 식자재를 별도 주문해 원장 개인 식사용으로 하거나 퇴근 시 석식용 식자재를 상습적으로 가져간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식자재 횡령 의혹에 대해 A원장은 “원생들의 간식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고가의 식자재를 주문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남는 재료가 아까워 폐기처분을 하지 않고 가져간 것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한 “교회 행사에 가져간 음식은 개인적으로 재료를 주문한 것들이며 교사들에게 먼저 나눠준 뒤 남는 음식을 (교회로)가져간 것”이라고 답변했다.
종교강요 논란에 대해서도 A원장은 “외부 체험활동을 나가기 전에 잠깐 안전하게 잘 다녀오도록 같이 기도한 것”이라며 “시청 담당부서의 지적을 받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취재 결과 올해 5월 해당 제보가 고양시에 접수됐으며 최근까지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직무정지 1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시 관계자는 “식자재 관련 문제 외 다른 사안(종교 강요, 업무상 배임 등)에 대해서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징계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소명했는데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학부모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A원장은 지난 6일 학부모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후 지난 10일 시청에 유선상으로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14일 시에 사직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