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을 지키는 손길,
행주서원에 스민 콩댐의 가치

행호유람, 전통 기술로 미래를 바르다 묵은 때 벗고 반질반질해진 서원 마루

2025-11-14     한진수 기자

[고양신문] 협동조합 행호유람은 지난 12일, ‘25년 국가유산지킴이’ 사업의 일환으로 행주서원(원장 권정택)에서 <사유(史遺)를 소유(所有)하다>를 주제로 한 마루 콩댐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무진주국가유산지킴이’의 한우열 회장이 직접 준비한 콩댐 재료를 제공했으며, 김옥석 전국해설사협회 전 회장, 윤여덕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전 회장, 최장용 흥도초등학교 총동문회장, 화전적십자회 이윤섭·김경영씨, 행주서원 권은경씨 등 지역의 예절강사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행주서원에서 '사유를 소유하다'라는 주제로 마루 콩댐 행사가 진행됐다.

콩댐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건축 마감 기법의 하나로, 콩과 들깨를 주재료로 해 장판이나 목조물에 바르는 천연 방수와 보호 도료 방식이다. 선조들은 한지를 바른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콩을 으깨거나 갈아서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섞어 칠했는데, 물이 스미지 않게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콩댐'이라 불렀다고 한다. 석유화학 제품이 없던 시절,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기술로 친환경적이며 인체에 무해하다.

“묵은 먼지를 제거하면서도 원형보존을 잘하려면 짚으로 만든 솔을 이용하는 게 좋다”라는  한우열 회장의 지도 아래 참여자들은 짚으로 만든 솔로 서원 마룻바닥의 묵은 때를 쓸어냈다.

조심조심 정성을 다해가며 콩댐을 하는 참여자들. 

이어 한 회장이 준비해온 불린 흰콩과 들깨를 섞어 곱게 간 것을 광목자루에 넣고 서원 마루에 골고루 발랐다. 한 회장은 “콩자루로 마루를 문질러줄 때 골고루 잘 발라야 하고 또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잘못 바르면 지우기 어려운 얼룩이 생겨버린다”라며 발자국도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가며 도포했다. 

약 20분 정도 지나 마른 후 극세사 타올로 마룻바닥을 살살 문질러 광내기를 하고나니 거칠었던 마룻바닥이 신기할 정도로 윤기가 나고 매끌매끌해졌다. 한우열 회장은 “우리의 목조건축은 전통방식으로 보존처리를 해야 아름답게 오래오래 보존할 수 있다. 콩댐이라는 전통방식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광주에서 이곳 행주까지 4시간 반이나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옥석 행호유람 대표는 “예절교육의 장소로 사용되는 서원 마루에 콩댐을 하니 마루가 반들반들 윤기가 나고 미끄럼을 탈 정도로 매끌해졌다.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하며 전통방식의 콩댐이 필요한 공간에는 형편이 허락하는 한 지속해서 보존 처리해 우리의 소중한 국가유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스럽게 콩댐 작업을 하는 참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