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프라블럼" 외치며 당당하고 즐겁게 살고싶어요
나경호의 book회귀선 7 김주얼(88년생, 대장동) 책읽고 독후감 쓰며 책에 점점 몰입 내 삶의 책 제목은 '영혼없는 맞장구' 뻔뻔하지만 기분좋은 사람되고싶어
❚인생 첫 책과 최근 인상 깊게 봤던 책은.
류시화 작가가 10년 동안 인도에 체류하면서 쓴 여행기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입니다. 중학교 때 어머니 방에 꽂혀 있던 책을 호기심에 펼쳐보았는데, 한두 페이지만 보려다가 너무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는 인생의 목적과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나는데, 길 위에서 만난 꼬마도둑, 택시기사, 음료수 판매상 등 일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여러 깨달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만남과 일화들이 시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최근 독서모임을 하면서 갑자기 생각나 다시 읽어 보았는데 어릴 때 읽었을 때보다 더 재밌었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간단한 개인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주얼입니다. 고양시 신일중을 졸업하고 중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습니다. 현재 '스웨덴' 이라는 작은 바를 일산 백석동에서 운영하는데 덕분에 친구와 이웃들을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게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음악, 영화, 책 등이 저의 주요 관심사이고 이외에는 축구가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독서모임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 작가들과 함께 남녀혼성 풋살팀을 매주 화요일 진행하고 있으며 이 풋살모임이 최근 제 낙입니다. 멤버들이 잔디 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만 봐도 너무 보기 좋습니다. 풋살을 하는 매주 화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지는데 현재도 절찬리에 모집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 책을 자주 보게 됐나요.
사실 중학교 때 한두 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책을 전혀 보지 않아서 부끄럽지만 그 유명한 한강,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작가들도 저는 얼마 전에 알게 됐습니다. 가게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 손님이 오셨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근처 서점 주인이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놀러가겠다는 말로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그때부터 내 독서라이프가 시작됐습니다. 서점에서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보는 재미와 독후감을 쓰는 재미, 그리고 왠지 책을 읽는 제가 멋있어 보여 계속 읽게 된 것 같습니다.
❚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나 독특한 독서 방식이 있다면.
현재 책 읽는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 중이라 저에게 책은 일단 쉬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조금만이라도 작품성이 있으면 강한 거부감이 일어납니다. 최근 접한 책 중 옛날의 최불암 시리즈 같은 이기호 작가의 유머단편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가 제 취향의 책입니다. 독서모임에서 접했던 이론서나 고전 등은 저에게는 아직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인훈 작가의 『태풍』, 테니스 선수출신이었던 데이비드 포스터가 쓴 『끈이론』을 읽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무척 사실적이고 치열한 문장들이 저에게는 아직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한 살 한 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가 멋있다라고 생각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특정 주제가 나오면 “얼마 전에 내가 봤던 책에서 나온 문장인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스스로를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책을 읽고 항상 독후감을 씁니다.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적으며 얻는 재미,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쓰는 제 모습에 취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체불명의 이상한 나르시즘에 빠져야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 책이란 저에게 가게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해 당시에는 책표지가 얼마나 예쁜지, 가게와 나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근사한 카페나 바에서 책을 펼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좋아 시작했지만 서점에 끌려온 이후 지금은 점점 책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가장 인상적인 문장과 그 이유는.
저의 인생 첫 책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 나온 문장입니다. ‘차루는 가난한 릭샤(바퀴 셋 달린 택시)운전자다. 그는 허풍쟁이이며 말끝마다 노프라블럼!을 외친다.’
주고 싶은 만큼 택시비를 달라 말하는 차루. ‘그러면 1원만 줘도 돼?’라는 손님의 장난어린 질문에, 차루는 “네가 행복하다면 그것만 줘도 돼”라고 화답합니다. 그는 가진 게 없고 늘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사람들의 비난은 그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매번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차루의 모습이 멋있어 늘 가슴에 품고 사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노 프라블럼!
❚남은 생애동안 존엄하게 늙어죽을 방법이 있을까요.
제게 어려운 질문입니다. 양동근의 '거울'이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납니다. '너만의 장난감 병정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들의 자식으로서, 우리 형 누나들의 동생으로서, 또한 내 피 같은 동생들의 형으로서, 개떡 같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한민국의 한 남자로, 지구 60억분의 한 사람으로, 그렇게 내게 주어진 생을 다하고 하나님 품으로'
이 가사를 보면 자신에 주어진 본분을 다하면 존엄하게 늙어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내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후회 없이 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죽음이 될 것 같습니다.
대다수 30대 남성들이 비슷할 것 같은데,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다 결국 가족한테 집중하게 되었던 시점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족에게 잘하자 라고 마음먹고 나서 오히려 만나는 사람들이 더 다양해지고 풍요로운 관계를 맺게 된 것 같습니다. 삶은 역시나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여러 고민과 상황 속에서도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후회 없이 대할 수 있다면, 그렇게 자신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면 크고 작은 기쁨과 즐거움이 조만간 또 도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나의 삶을 책으로 만든다면 제목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세련된 촌스러움’이라는 단어에 꽂힌 적이 있습니다. 태도나 인성, 패션, 인테리어 어디에 적용해도 다 잘 먹히는 단어처럼 느껴져서입니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고 어렵지만 만만한 그래서 세련된 촌스러움. ‘노 프라블럼’이라는 단어도 좋아하는데 이 단어처럼 뻔뻔하지만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 살 한 살 지나고 나니 별일 아닌 것들을 당시에는 왜 그리 악착같이 집착하고 붙잡고 늘어졌는지 후회됩니다. 그냥 노프라블럼! 이라고 외치고 지나가면 끝날 일인데.
조금 더 젊었을 적에는 사람들과 이야기 중에 논리적으로 이기려 하거나 반대의견을 참지 않으려 했던 기억과, 반대로 영혼 없는 맞장구를 쳐줬던 기억도 납니다. 어차피 나에게 중요한 일도 아니고, 내 인생에 중요한 일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아! 제 책 제목은 '영혼 없는 맞장구'로 하겠습니다.
❚들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메시는 왜 위대한 선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싶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5시간동안 내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발 누가 물어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앉혀놓고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설명해주겠습니다. 책 읽는 재미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축구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참고로 박지성이 있었던 2005년부터 맨유팬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