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DMZ여행] 조강 물길 거슬러 오르며 꿈꾸는 평화의 염원

2025-12-02     유경종 기자

남북 마주보는 교동도, 강화도, 김포 
차례차례 들러본 북한 조망 전망대  

'고양신문 DMZ여행' 첫 방문지인 교동도 화개정원 전망대에서. 

[고양신문] 반가운 겨울철새들이 찾아오는 계절, 고양의 이웃들과 떠나는 ‘고양신문 DMZ여행’이 지난달 29일 첫 나들이를 시작했다. 첫 번째 일정은 실향의 아픔을 간직한 섬, 교동도·강화도다. 토요일 이른 시간, 일산동구청 앞 관광버스에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지난 겨울 나들이를 함께 하며 친근해진 이들에게는 반가운 안부를 묻고, 처음 참가하는 이들에게는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경만 기자(고양신문 발행인)는 DMZ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두 발로 걸으며 역사와 생태, 주민들의 삶을 취재해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를 펴낸 DMZ여행 전문가다. 교동도와 강화도의 흥미로운 역사 설명을 듣는 동안 버스는 일산대교를 건너 철책선이 늘어선 김포의 한강변을 달린다.

교동도 화개정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방향 풍경. 고구저수지와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농경지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북한 연안군 평야가 조망된다. 

나들이객 북적이는 화개정원·대룡시장

해병대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검문초소를 통과해 연륙교를 넘어 교동도로 들어서니 차창 오른쪽으로 한강 하구 너머 북녘땅이 눈에 들어온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한강 하구는 먼 과거부터 한반도 수운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었기에, 옛 사람들은 이 강을 조강(祖江, 할아버지 강)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렀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의 현실은 남과 북이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물줄기를 쪽배 한 척 떠다니지 못하는 긴장과 아픔의 공간으로 비워버렸다. 

강화도 동쪽, 조강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교동도의 화개산에 오르면 파주시와 김포시와 강화군, 그리고 북녘땅 개성시와 개풍군이 모두 조망된다. 저어새 부리 모양을 한 화개산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화개정원을 두 발로 천천히 산책하며 오르는 게 훨씬 상쾌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북녘땅이 말 그대로 코앞이다. 남쪽으로는 강화도와 석모도, 말도까지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해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개정원 전망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말도와 석모도,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개정원에서 내려와 대룡시장에 들르니,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북녘땅 실향민들이 조강 너머 고향마을 장터를 그리워하며 만든 대룡시장은 주말이면 방문객들로 골목이 비좁을 지경이다. 아기자기한 점포들과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십여년 전 교동대교가 개통한 후 수도권 서쪽의 가성비 좋은 한나절 여행지로 입소문이 났다. 점심은 강화교동의 향토음식인 젓국갈비. 새우젓으로 끓여낸 국물이 깔끔하다. 

주말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역사를 되돌아보는 제적봉, 연미정 

두 번째 방문지는 강화도 북단 철산리의 제적봉 평화전망대다. 이곳에서도 강 건너 북한의 작은 마을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무엇보다도 파주 오두산전망대나 김포 애기봉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는, 고려 수도 개성의 해상 관문이었던 북녘땅 예성강 하구가 잘 조망된다. 1960년대 어느 해병대 사령관에 의해 명명됐다는 제적봉(制赤峰)이라는 이름은 ‘빨갱이(공산당)를 제압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평화와 제적, 서로 모순되는 표현이 하나의 이름 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강화도 북단 철산리에 자리한 제적봉평화전망대. 

화개정원과 제적봉 평화전망대가 현대인들이 조성한 전망 포인트라면, 세 번째로 들른 연미정과 월곶돈대는 옛사람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강 일대 곳곳에 조성한 돈대들은 서해 관문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군사방어시설이었다. 월곶돈대는 김포 문수산과 강화 섬 사이의 물길, 염하(鹽河)가 시작되는 요충지를 지키고 있다. 원형으로 쌓은 보루인 돈대 중앙에는 ‘제비꼬리’라는 예쁜 이름의 호젓한 정자, 연미정(燕尾亭)이 방문객을 맞는다. 돈대 아래 갯벌에 모여있던 오리와 기러기들이 흰꼬리수리가 나타나자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강화와 김포 사이를 가르는 염하가 시작되는 지점을 지키고 선 월곶돈대와 연미정. 

‘북한 뷰 카페’ 유명해진 애기봉 전망대

여정은 다시 동쪽으로 향한다. 마치 서해바다의 밀물이 한강으로 밀려 들어오듯, 교동도에서 강화도를 거쳐 김포 북단까지 조강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 마지막 방문지는 서해 곳곳의 전망대 중 북녘땅을 가장 가깝게 조망할 수 있다는 김포 애기봉전망대다. 얼마 전 ‘북한 뷰 스타벅스 매장’이 오픈해 큰 화제가 됐었던 곳이다. 불과 1.4㎞ 떨어진 북한의 마을도 커피 주문 유효 거리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파주시 운정과 고양시 일산서구의 고층건물 실루엣이 선명하다. 분단의 현장과 일상의 공간이 정말이지 지천이다. 

김포 애기봉 평화전망대의 포토존 조형물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꼬마들. 

수천년 한반도 역사 내내 배와 사람과 문명이 오갔던 조강을 70년 넘는 세월 동안 진공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현실이 새삼 가슴 아프다. 조강을 찾아온 겨울새들처럼, 물길을 거슬러 남쪽 한강으로, 북쪽 예성강과 임진강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날을 꿈꾸며 ‘고양신문 DMZ여행’ 첫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고양신문 나들이 일정은 ‘두루미와 떠나는 DM여행’으로 이어진다. 일 년 만에 다시 두루미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두루미와 떠나는 DMZ여행 안내
▶ 연천·파주 : 12월 20일(토)
▶ 철원·김화 : 1월 24일(토)
  * 참가비  연천·파주 8만원, 철원·김화 10만원 
  * 모집인원  선착순 30명  
  * 문의  010-5386-9801
  * 신청 https://forms.gle/vqp4rN6NJW59SuF78

<사진으로 만나는 교동·강화 DMZ여행> 

제적봉평화전망대의 실내 전망대 모습.
월곶돈대 연미정에서 갯벌의 철새들을 관찰하는 참가자들.
애기봉 평화전망대 생태전시관 카페에서 통유리창 너머 풍경을 감상하는 방문자들.
아찔한 모습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교동도 화개정원 전망데크. [사진=박경만]
화개정원 초입 연산군 유배지의 초가집과 조형물들. [사진=박경만]
제적봉평화전망대 실내에 전시된 북한 관련 자료들. [사진=박경만]
애기봉전망대 간판 아래로 스타벅스 로고가 붙었다. [사진=박경만]
애기봉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농경지와 마을. 전망대에서 불과 1.4km 떨어진 가까운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