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미끄러질 뻔만 해도 허리에 큰 충격
평소 움직임과 달라 척추에 큰 부담
겨울철 근육 위축 상태도 위험 요소
고령층·기저질환자는 더욱 유의해야
[고양신문] 최근 눈이 내린 뒤 도로와 인도 위가 얼어붙으면서 넘어짐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빙판길에서 넘어지지 않았는데도 미끄러질 뻔한 순간부터 통증이 시작됐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겨울철 허리 손상은 반드시 넘어져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빙판길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질 '뻔한' 순간, 우리 몸은 반사적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 허리 전체를 뒤로 젖히고, 몸통을 급격히 비틀게 된다. 이때 허리에는 순간적으로 강한 압박력과 회전력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이는 평소 일상적인 움직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담을 척추에 가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 충격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허리디스크의 급성 악화, 척추 주변 인대 손상, 심한 경우 미세 척추압박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평소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앓던 환자라면, 넘어지지 않았더라도 기존 병변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넘어짐 이후 촬영한 MRI 검사에서 디스크 돌출이 이전보다 더 진행된 상태로 확인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손상이 사고 직후 바로 심한 통증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미끄러질 뻔한 직후에는 허리가 뻐근한 정도로 시작해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가 저리는 느낌, 밤에 뒤척이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이어지고,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증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시점에 병원을 찾으면 이미 만성 염증이 동반된 통증 단계로 넘어가곤 한다.
허리 기저질환자라면 충격에 더욱 취약
갑작스러운 충격에 특히 더 취약한 경우가 있다. 바로 고령층이거나 골다공증을 앓고 있을 때다. 이들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있어 넘어지지 않더라도 척추에 가해진 순간 충격만으로도 골절이나 신경 압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외상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충격에도 압박골절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과거 허리 수술 이력이 있거나 평소 허리 통증이 잦았던 환자 역시 더욱 위험하다. 이미 척추 구조가 약해져 있거나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끄러질 뻔한 순간의 충격에도 기존 병변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점은 겨울철 근육 상태 자체가 이미 손상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추워지면 근육과 인대는 자연스럽게 수축하고, 혈류가 감소하면서 유연성이 떨어
진다. 이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균형을 잃고 허리에 힘이 들어가면, 같은 충격이라도 여름보다 훨씬 큰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겨울철에 허리 통증 환자가 늘어나는 까닭이 단순히 '미끄럼 사고' 때문만은 아닌 이유다. 따라서 눈길 이후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면, 이를 단순한 근육통으로 단정하기보다 통증 양상과 지속 기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