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3기신도시 앵커기업 유치 ‘폭죽’… 창릉은 ‘잠잠’ 

대장지구, SK 계열사 줄줄이 유치 왕숙지구, 카카오 AI 디지털허브 조성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추진에만 매몰” “수정법 개정안 명분 삼아 적극 나서야” 

2025-12-19     이병우 기자
고양시가 창릉신도시에 대해 비전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단순 주거단지만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양창릉지구 내 A-4블록 공사 현장. [사진 = 유경종 기자] 

[고양신문] 고양시가 창릉신도시에 대해 명확한 비전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3만8307세대의 단순 주거단지만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른 3기 신도시가 앵커 기업과 대기업 유치에 성과를 거둬들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고양시는 이렇다 할 기업유치 성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전략도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천 SK하이닉스, 남양주 카카오 유치  
3기 신도시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부천 대장지구다. 부천시는 2023년 대장지구 내 SK그룹 계열사들을 대거 유치하는 '제1첨단사업단지 조성사업 입주 및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SK그룹은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13만7000㎡ 부지에 연면적 40만㎡ 규모의 친환경 관련 연구를 위한 거점시설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새로 조성될 단지에는 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환경·에너지·재활용기술)·SK에너지(미래에너지)·SK지오센트릭(친환경소재·재활용기술) 등이 입주하기로 했다. 

부천시는 올해 4월에는 ‘제2도시첨단산업단지 투자 및 입주협약’을 통해 대한항공의 대규모 R&D 센터까지 품었다. 총사업비 1조2000억원, 부지 규모 6만6000㎡의 R&D 센터는 UAM(도심항공교통)과 무인기 연구시설을 포함한 복합 연구개발·교육공간으로 조성된다. 

부천 대장지구 제2도시첨단산업단지 조감도. [사진 = 부천시] 

남양주 왕숙신도시도 올해 6월 ‘카카오 AI 디지털허브(가칭) 조성을 위한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 AI 디지털허브는 남양주 왕숙지구 내 산업 용지 약 3만4000㎡ 부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AI 연구개발 시설 등으로 조성되며, 총사업비는 약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26년 착공,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도 로드맵도 없는 고양시 
이처럼 같은 시기에 출발한 다른 3기 신도시가 기업 투자를 기반으로 도시의 미래를 전환시키는 사이 창릉신도시는 아직까지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고양시의 전략 부재 혹은 소극적 자세가 지적되고 있다. 원종범 시의원(효자·삼송1·삼송2·창릉·화전, 국민의힘)은 “시는 국토교통부에 자족용지 확보를 건의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 투자협약이나 기업유치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고, 시민들이 기대할 만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창릉신도시에 기업유치를 위한 방편으로 내세웠던 ‘민관공 협의체’마저도 지난해 8월 이후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민관공 협의체’ 참여 민간단체인 덕양연합회 장현조 위원장은 “GTX-A 창릉역 주변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조성 등 요구사항을 시에 전달했지만 행정력이 전혀 동원되지 않았다”면서 “시는 경제자유구역 추진에만 매몰된 나머지 창릉신도시 기업유치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창릉신도시가 다른 3기신도시와 달리 앵커기업 유치가 어려운 근본적 이유가 있다. 다른 3기 신도시 대부분이 도시첨단사업단지를 보유한 반면 창릉신도시에는 도시첨단사업단지는커녕 공업물량마저도 전무하다. 고양시는 전체가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어 공업지역 지정이 제한되고 기업을 유치하려해도 취득세 중과 등 각종 규제라는 벽에 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고양지역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지난 9월 발의했다. 한준호 국회의원을 대표로 해 김성회·이기헌·김영환 국회의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토부의 심의를 거쳐 창릉신도시와 같은 곳을 규제가 덜한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고양시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홍열 시의원(주교·흥도·성사1·성사2,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발의를 강력한 명분으로 삼아, 국토부와 LH 등 중앙부처에 우리 시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자족기능을 보장할 수 있도록 더 거세게 요구해야 한다. 특히 부천시가 어떻게 대기업을 설득했는지 철저히 벤치마킹해 국토부와 LH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가 당장 어렵다면 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종범 시의원은 “고양시는 지난 3년간 해외 투자유치 활동을 수십차례 추진한 것으로 전하지만 그 결과가 창릉신도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면서 “대기업 유치가 어렵다면 수도권 내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창릉신도시에 유치함으로써 기업 투자 공백을 메우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