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한민국 학생 아닌가요?” 폐교 위기 고양자유학교, 대통령실 앞 호소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23년 배움터, 건축 용도 벽에 가로막혀 '불법' 낙인이 찍힌 채 이행강제금 폭탄 제도 사각지대 속 학습권 박탈 위기
[고양신문] 23년 동안 고양시 공동체 교육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고양자유학교가 하루아침에 ‘불법 건축물’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꽉 막힌 ‘칸막이 행정’이 아이들의 배움터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고양자유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30여 명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일산동구청의 탁상행정을 규탄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영하권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고양자유학교에서 계속 배우고 놀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일산동구 지영동 황토집에서 시작해 2018년 터를 옮긴 고양자유학교는 과거 국방부가 ‘충성교육대’로 사용하다 방치한 건물을 임차해 운영해 왔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가난과 우정, 대화의 가치를 실천해 온 100여 명의 학생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2022년 접수된 익명의 민원이 평화롭던 학교를 뒤흔들었다. 해당 건물의 용도가 ‘노유자 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로 되어 있어, 이를 학교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건축법 위반이라는 지적이었다. 학교 측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정식 등록된 기관임을 피력하며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최종 패소했다. 일산동구청은 지난달 말 학교 측에 8600만원이라는 거액의 이행강제금 고지서를 발부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2022년부터 시행된 ‘대안교육기관법’과 기존 ‘건축법’ 사이의 엇박자에 있다. 법적으로 대안교육기관 등록은 마쳤지만, 국토계획법상 보전관리지역 내에서는 ‘인가 학교’가 아니면 교육시설 용도를 사용할 수 없도록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소현 고양자유학교 운영위원장은 “대안교육기관에 맞는 건축 용도 분류가 아예 없어 유사 용도를 신청한 것뿐인데, 이를 불법이라며 거액의 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정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홍우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역시 “전국 267개 등록 대안교육기관 대다수가 같은 잠재적 위기를 안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고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안교육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의 교사들도 행정기관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연두 교사는 “지자체와 교육부, 국토부에 묻고 싶다. 우리는 학교인가, 아닌가”라며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 용도를 쓸 수 없으니 학교가 아니라고 하고, 다른 용도를 쓰면 왜 제대로 안 쓰느냐며 벌금을 부과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12학년 조성준군은 “고양자유학교는 우리가 스스로를 알아가고 삶을 탐구하는 민주적인 공간”이라며 “우리가 불법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와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고양자유학교 공동체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등록 대안교육기관 입지 허용 △교육부-국토부 협의체 구성 및 건축법 특례 마련 △제도 정비 전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중단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대통령실에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손편지와 호소문을 전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