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트램 ‘수험표’ 쥐었지만… ‘예타’ 통과가 진짜 승부처”
“계획 반영은 입학 아닌 수험표 받은 것” “내부 교통망 부족해 승용차 의존도 60%” 차로 감소 ‘마이너스 편익’, 수원 사례 경고 “경제성 부족해도 정책·의지로 돌파해야”
[고양신문] 고양시민의 숙원인 ‘가좌~식사선’과 ‘대곡~고양시청~식사선’ 트램이 경기도 도시철도망 계획에 포함되며 첫 단추를 끼웠으나, 실제 착공까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경기도와 국회의원 25명이 공동 주최한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신속 추진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최종 승인·고시한 12개 노선의 조기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장밋빛 전망보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주를 이뤘다. 발제를 맡은 박경철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계획 반영은 대학 입학이 아니라, 대학 시험을 볼 수 있는 ‘수험표’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철도 사업의 가장 큰 난관은 예비타당성조사”라며 “통상적으로 계획 수립부터 개통까지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장기전인 만큼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백주현 고양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장은 광역 중심의 고양시 교통 구조를 지적하며 내부교통망 구축 방안으로 트램 도입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백 실장은 “고양시는 경기도 내에서 서울 통근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자, GTX-A와 일산선 등 5개의 광역철도망을 갖춘 곳”이라면서도 “정작 고양시 내부를 연결하는 접근 수단은 매우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백 실장은 “고양시 내부 통행량의 60%가 승용차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시민들이 버스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불편을 감수하고 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항지구와 식사지구 등 신규 택지는 ‘선교통 후입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입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이번 트램 노선은 단절된 고양시 내부 생활권을 하나로 잇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양시보다 앞서 트램을 추진했으나 좌절을 겪은 수원시의 사례도 언급됐다. 김숙희 수원시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원시는 2010년부터 트램 도입을 추진했고 트램 3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닦는 데 앞장섰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첫삽을 뜨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은 가장 큰 걸림돌로 현행 예타 제도의 한계를 지목했다. 그는 “기존 도로의 차로를 줄여 트램을 건설하는 방식은 승용차 통행에 불편을 초래해 ‘부(-)의 편익’이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경제성(B/C) 분석에서 점수를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도심지를 관통해야 하는 고양시 트램 노선 역시 피할 수 없는 난제로, 향후 예타 통과를 위한 고양시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정책적 타당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철 부원장은 “경제성(B/C)이 1.0에 못 미치더라도 지역 균형 발전이나 지자체의 추진 의지 등 정책성 평가(AHP)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종합평가 0.5를 넘겨 통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앞서 경제성 분석이 0.58에 그쳤던 문경-김천 철도의 경우 3개 지자체의 강력한 협력과 주민들의 열망이 반영돼 사업이 확정되기도 했다. 박 부원장은 “고양시 역시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의 의지와 행정의 일관성이 예타 통과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