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법정 싸움에... 아파트관리비 2억여원이나 '소송비'로

입주민 복지에 쓸 잡수입 엉뚱한 데 쓰여 주민 "회장 방패막이로 주민 돈을 쌈짓돈처럼" 입대의 회장 "과거 비리척결, 정당한 집행" "특별감사로 자금집행 적정성 명명백백 따져야"

2026-01-15     남동진 기자
본 이미지는 AI를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단지(이하 A단지)가 전·현직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복지에 쓰여야 할 관리비(잡수입) 약 2억원이 소송 비용으로 지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주민 일각에서는 "회장 개인의 방어 비용까지 주민 돈을 쌈짓돈처럼 쓴다"며 문제 제기하는 반면, 현 입대의 회장은 "과거 장기 집권 세력의 비리를 파헤치고 손실금을 회수하기 위한 정당한 집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현직 대표들 간의 싸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그 비용 청구서가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날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비만 2억2천... 주민 돈이 회장 방패막이인가"
15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단지에서 2019년부터 최근(2025년 9월)까지 6년간 지출된 소송 비용은 총 2억2870만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임대료나 주차비, 재활용품 판매 수익 등 입주민 전체를 위해 쓰여야 할 '잡수입'에서 충당됐다.

제보자들은 현 입대의 회장 B씨가 자신을 비판하는 주민이나 전임 동대표를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B회장 개인이 당한 고소 건의 변호사 비용이나, 패소가 확정된 사건의 상고 비용까지 관리비로 지출한 것은 '관리비 유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제보자는 "주민을 위한 소송이 아니라, 회장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반대파를 찍어내기 위해 주민들의 피 같은 돈을 탕진하고 있다"며 “무리한 소송으로 패소할 경우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해 주민들의 금전적 피해가 이중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 회장 "전임 비리 회수 과정, 개인 용도 아냐"
이에 대해 B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송 비용 지출은 전임 대표단의 비리를 바로잡고 아파트 손실금을 회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B회장은 "전임 입대의 측이 십수 년간 장기 집권하며 발생한 경비·미화 용역 퇴직금 미적립 문제와 난방 계량기 사업 의혹 등을 감사한 결과, 수억원대의 주민 손해를 확인했다"며 "이를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지 개인적인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실제 약 5000만~6000만원의 금액을 회수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 명예훼손 소송비용 지출 의혹에 대해 B회장은 "개인적인 문제는 사비로 처리했으며, 관리비로 지출된 건은 대표 직무 수행 중 발생한 건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응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1심에서 패소할 경우 항소를 통해 바로잡아야 했고, 상대방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포괄적 동의' 꼼수? 절차적 정당성 흔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소송 비용 지출을 위한 '주민 동의 절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잡수입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할 경우 소송 대상과 목적, 비용 등을 사전에 공지하고 각 건별로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A단지 입대의는 개별 소송 건마다 동의를 받는 대신, 소송 계획을 뭉뚱그려 '포괄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2023년 1월 당시 공지된 ‘소송비용 지출 동의서’에는 구체적인 사건 내용 대신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광범위한 문구가 기재됐으며, 소송 진행 시 발생하게 될 지출 규모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이처럼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어긋나는 동의서임에도, 입대의 측은 아파트 경비원들을 동원해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B회장은 "주민 고령화로 인해 건별 서명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소송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또 다른 명예훼손 시비가 붙을 수 있어 포괄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고양시 담당 부서는 "행정 편의를 위해 포괄적으로 동의를 받는 것은 규약 위반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송 내용이 제각각인만큼 주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각각의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유권 해석을 내렸다.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누구의 말이 맞든 간에, 우리 아파트가 소송 공화국이 되어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은 팩트"라며 "고양시 등 관계기관에서도 뒷짐만 질 것이 아니라, 특별 감사를 통해 자금 집행의 적정성을 명명백백히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