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크> 공릉천 파크골프장 펜스, 여름 폭우에 버틸 수 있을까?

침수 잦은 하천 둔치에 대규모 철제 펜스 바로 옆에는 작년 훼손된 펜스 버젓이 “규정 지켰다” “우리 책임 아냐” 부서마다 나 몰라라

2026-01-28     유경종 기자
관산동 공릉천문화체육공원 둔치에 길이 300m 규모로 조성된 파크골프장. 시설을 두르고 있는 철제 펜스가 여름철 폭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양신문] “공릉천문화체육공원은 한여름 폭우가 내리면 매년 물에 잠기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이렇게 커다랗게 펜스를 치면 올여름을 못 넘기고 100% 파손될 게 뻔합니다.”

덕양구 관산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본지에 전화로 제보한 내용이다. 현장을 확인하러 통일로 필리핀군참전기념비 건너편 둔치에 조성된 공릉천문화체육공원을 찾았다. 대규모 파크골프장 시설이 새롭게 들어섰는데, 길이 300m, 폭 30m에 이르는 긴 철제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펜스 한쪽에는 ‘파크골프장 동절기 미운영, 2026년 상반기 개장 예정’을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체육정책과가 내건 안내문이다. 

공릉천문화체육공원은 여름철 폭우 때마다 물에 잠기곤 하는 곳이다. 지난해(2025년) 여름의 경우만 보더라도, 단순히 바닥이 젖는 정도가 아니라 산책로에 설치된 철제 펜스와 주차장 난간 등이 파손될 정도로 거센 물살이 휩쓸고 가는 장소다. 실제로 새로 만든 파크골프장 바로 옆에는 지난 여름 부유물이 잔뜩 걸린 채 파손된 산책로 펜스가 여태껏 복구되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2025년 8월에 찍은 공릉천문화체육공원 산책로 펜스 모습. 폭우 때 부유물이 걸리며 부분적으로 훼손됐다. 

그나마 기존 펜스는 물의 흐름과 평행하게 설치된 시설이라 부분적 피해를 입은 데 그쳤다. 하지만 새로 만든 파크골프장 펜스는 가로 세로 양방향을 모두 막고 있다. 물살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구조라면, 파손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설을 설치한 고양시 체육정책과에 문의를 해봤더니 “하천 시설물 설치 규정을 고려해 가로 펜스는 유사시 눕힐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폭우가 올 때 시설물을 눕혀놓고, 물이 빠지면 다시 세운다는 설명이다.

자세히 보기 위해 한번 더 현장을 찾았다. 300여m에 이르는 세로 펜스는 고정형으로 바닥에 기둥이 박혀있었지만, 가로 펜스는 담당 공무원 설명대로 두 칸이 한 세트로 묶여 하단부의 잠금장치를 풀면 눕힐 수 있는 구조였다.

규정을 고려해  가로 방향 펜스 기둥은 잠금장치를 풀고 눕힐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가동형이다보니 구조 자체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인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러웠다. 예측할 수 없는 폭우에 대비해 과연 적절한 시점에 펜스를 눕힐 수 있을까? 두 칸씩 묶인 펜스의 구조 자체도 매우 취약해 보였다. 실제로 현수막이 걸려 있는 부분은 바람의 저항으로 인해 벌써부터 기둥이 살짝 기울기 시작했다. 

공릉천문화체육공원 잔디밭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문제는 일찍부터 찬반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날로 확산되는 파크골프 인기에 힘입어 조성이 결정됐고, 경기도 특조금(1500만원)과 고양시 예산(3500만원)을 매칭해 사업이 추진됐다.

300m 에 이르는 세로 방향 펜스는 바닥에 기둥이 박힌 고정형이다. "바로 옆 산책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펜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철제 펜스 없이 파크골프장을 운영할 수는 없었을까? 체육정책과 담당자로부터 “해당 시설은 산책로와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 방지를 위해 펜스가 필수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애초부터 일반 이용자와의 완충 구간을 확보할 수 없는 장소가 파크골프장 부지로 적합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 변화로 폭우가 잦아지고 하천 시설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는데, 펜스가 너무 취약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하천 담당부서인 덕양구 생태하천팀으부터 정식으로 점용허가를 받아 규정에 맞게 설치한 시설”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점용허가를 내 준 덕양구 생태하천팀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우리는 허가와 관련한 행정 협조만 할 뿐, 시설물 설치와 차후 운영 전반은 담당부서(체육정책과)의 책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는 우려를 행정 담당자들은 아무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사태가 안 일어나면 다행이지만, 혹여라도 장마철 큰 비에 펜스가 파손되면 큰 예산을 들여 다시 복구해야 한다. 그것도 매년 여름마다 반복해서. 하천 부지의 시설물 설치에 각별히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여름철 폭우를 마주할 기나긴 철제 펜스의 운명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세요

 
폭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가로 방향 펜스. 
올해 상반기 개장을 알리는 현수막.
파크골프장 바로 옆에는 지난 여름 훼손된 산책로 펜스가 여태껏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훼손된 공릉천문화체육공원 주차장 진입로 펜스. 커다란 경계석이 들릴 정도로 물살의 위력이 거셌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8월 촬영)   
하천 둔치의 시설물은 침수 시 부유물이 걸려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인공 시설물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은 물이 빠진 뒤 부유물이 잔뜩 걸려 있는 공릉천 발물놀이터 시설물 모습(2025년 8월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