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그리고 명곡으로 연주한 ‘인생’
최정주 아트앤뮤직 큐레이터 귀가쫑긋 강연 ‘화가들이 그린 인생’ 명작 그림과 올드팝 결합, 감동 선사
[고양신문] 시와 음악과 미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된다. 그 연결점에서 바라보면 예술의 요소들은 느슨하면서도 단단하게 엮여있다. 그곳으로 안내하는 강좌가 열렸다.
지난 4일,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는 최정주 아트앤뮤직 큐레이터(한국예술융합연구소장)가 ‘화가들이 그린 인생’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인생’이라는 주제를 그림과 음악으로 풀어내 참석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 소장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원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에서 아트 큐레이터 과정을 수료한 국내 최초의 ‘아트앤뮤직 큐레이터’다. 명화와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방식으로 예술을 해설한다. 이러한 시도는 미술 감상의 문턱을 낮췄고, 예술적 감각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융합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성주재단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예술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을 “그림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 최 소장은 “음악도 많이 들어야 잘 알게 되듯, 그림 역시 많이 봐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가들은 인생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화가들이 그린 인생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설명한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1964년작 ‘라 비(La Vie, 인생)’였다. 이 작품은 샤갈이 77세에 그린 대작이다. 샤갈 스스로는 이 그림을 두고 “꿈을 그린 것이 아니라 추억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 속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의 첫 번째 아내였던 벨라와 딸 이다의 모습, 그리고 유대인이었던 샤갈 본인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 노동자였던 아버지 그리고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삶이 상징적으로 녹아 있다. 최 소장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3인조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올드팝 ‘세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를 들려줬다.
“당신은 사랑했나요? 매일 매일의 삶속에서 당신은 그런 사랑을 주고 있나요? 세라비, 이것이 인생입니다.”
노래가 강의실에 울리자 참석자들은 그림에 한층 더 몰입했다. 시각과 결합한 청각은 확실히 즉각적인 이해를 도왔다.
뒤이어 티치아노의 ‘인간의 세 시기’, 뭉크의 ‘인생의 네 시기’, 클림트의 ‘여성의 세 시기’ 등 삶의 단계를 그린 작품들이 소개됐다. 희로애락의 장에서는 피카소의 ‘삶의 기쁨’,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프리다 칼로의 ‘비바 라 비다’ 등이 음악과 함께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까지 수십 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음악은 팝송부터 클래식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참석자들은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잠겼고, 익숙한 곡은 함께 흥얼거렸다. 최 소장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귀가쫑긋의 송도현 회장은 미술이 주는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샤갈 전시를 보고서 미술관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마주할 때 ‘그림 같다’고 말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이 모여 있는 미술관은 제게 늘 기분 좋은 공간입니다.”
이어 “오늘은 음악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강의와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곽정주 총무는 “좋은 그림과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세심한 이야기까지 더해진 일석삼조의 시간이었다”면서 “삶에서 우리가 철학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시와 음악, 그리고 그림으로 풀어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위로를 나누는 ‘귀가쫑긋’ 강연은 매월 첫째 주 수요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린다. 오는 3월 4일에는 함민복 시인의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