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에서 고양까지, 시속 4.6km로 걷는 물
조창현의 물 따라 가보는 고양 (8) -수도(水道), 물의 길 올림픽대로~강변북로따라 65km 걷는 속도로 14시간 걸려 도착 경의선 숲길, 공릉천변 걸을때 발밑 흐르는 물의 길 기억해주길
[고양신문] 물의 길(The Way of Water)하면 2022년에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제목이 떠오른다. 숲에 살던 나비족 제이크 설리의 가족이 환난을 피해 수중 종족 멧카이나가 사는 바다에서 지내다 자원을 착취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적들과 맞서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감독은 왜 이 영화에 물의 길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작품 속 멧카이나족 지도자의 딸은 제이크 설리의 자녀들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며 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이런 말을 한다.
“물의 길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 (중략) 물은 모든 것을 연결해.”
이 대사를 통해 물의 길은 물길(Waterway)뿐만이 아니라 끝없이 흐름으로써 만물을 연결해주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의 존재 방식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물의 본질은 흐르는 것이다.
먼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의 길을 따라 가보자.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산에서 발원한 작은 샘이 계곡과 지천을 거쳐 하천으로 모이고 흘러서 바다로 들어간다. 가는 물줄기가 모여서 굵은 물줄기가 되고 마침내 큰 바다가 되는 과정에서 생명수를 공급한다. 반면, 인공적인 물의 길이라 할 수 있는 상수도는 하천과 정반대의 형태로 흐른다. 수돗물이 생산되는 정수장의 큰 물탱크에서 출발한 물은 처음엔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커다란 관에서 흐르다가 점차 나뭇가지 모양으로 갈라져서 한두뼘 크기의 수도관을 지나 나중에 각 가정에 도착할 때쯤이면 엄지 손가락 크기의 작은 관을 통해 흐른다. 굵은 물줄기가 여러 개의 가는 물줄기로 갈라지는 모양은 마치 큰 나무가 땅속의 물을 빨아들여 굵은 가지와 곁가지를 거쳐 가지 끝까지 물을 보내는 흐름과 같다. 나무가 뿌리의 삼투압과 모세관 작용으로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듯이 상수도에서는 전기로 펌프를 돌려 물을 높은 곳까지 밀어준다.
고양시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어떤 길을 따라 흐르는지 알아보자(그림 참조). 팔당댐에서 취수한 물은 하남시를 거쳐 잠실종합운동장 옆에 이르고 여기서부터 올림픽대로를 따라 한강변을 달려 반포 고속터미널과 여의도를 지나 월드컵대교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강바닥 아래로 한강을 가로질러 건너편 난지 한강공원에 이른다. 난지 한강공원에서부터는 강변북로를 따라 행주산성 쪽으로 접어들어 대곡역 인근의 일산정수장과 고양정수장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총 65㎞를 달려오는 팔당댐의 물이 정수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4시간 정도이다. 물이 대략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4.6㎞의 속도로 흐르는 셈이니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빠르지는 않다.
정수장에 도착한 팔당댐의 물은 대략 서너 시간 동안 머물면서 정수처리 과정을 거쳐 수돗물이 된다. 생산된 수돗물은 펌프를 돌려 높은 곳에 있는 각 지역 배수지로 보내지고 배수지부터 각 가정까지는 기본적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유하로 간다. 수돗물의 길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땅속에 묻혀 있으니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상수도관이 묻혀 있다는 표지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상수도 담당자들은 혹시 무슨 이상이 없나 매일 세심하게 살피며 다녀야 하지만 시민들은 그냥 나들이 중에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표지판, 표지석이나 공기를 빼는 환기구가 보이면 그 아래로 수돗물이 흐르는구나, 하고 아시면 된다. 만에 하나 누수가 되거나 시설이 파손된 것을 발견한다면 그냥 표지판에 있는 번호로 전화 한 통만 해주시면 빠른 조치에 큰 도움이 된다.
관심을 부탁드렸으니 작은 보답으로 수돗물이 지나는 길 중 시민들이 나들이하기에 좋은 곳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달리기와 산책의 명소로 유명한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이다. 곡산역에서 일산역까지 약 5㎞ 구간은 찻길과 철길 사이에 사람이 다니는 길(인도와 산책로)이 있고 그 아래 물길인 상수도관이 지난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사계절 아름다운 이 길에는 최근 달리기 열풍을 반영하듯 밤낮으로 많은 러너들이 뛰고 있다. 이 물길을 통해 신일산 배수지와 중산 배수지를 거쳐 고양시의 탄현동, 대화동, 송포동, 송산동, 중산동으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으니 이 길을 걷거나 뛰면서 우리가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발밑에 흐르는 수돗물을 상상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나만 그런가^^). 물길이 찻길과 철길을 만나는 또 한 군데의 아름다운 산책코스는 바로 공릉천변이다. 관산동 마을 맞은편 원당교에서 시작해서 플랜테이션 카페까지 이르는 공릉천 구간은 통일로와 교외선 철길이 나란히 마주보며 지나는 사이에 하천이 흐르는데 물이 흐르는 방향의 왼쪽 하천변 아래에는 고양시 성사동, 행신동, 고양동, 관산동을 비롯한 20여 개 동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흐른다. 이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멋진 메타세콰이어길과 하천 건너편의 공릉천 문화체육공원도 만나게 된다.
시민들이 일부러 수돗물의 길을 찾으실 필요는 없다. 그것은 상수도 담당자들의 몫이니 다만 위에 추천드린 두 군데의 명품길을 가시게 되면 그 아래 수돗물이 흐르는 길도 있음을 가끔 기억해주시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