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의 붓끝, 세상과 마주하다

한국시니어문화예술협회 추진위 주관 2026 국제미술교류전, 11~22일 교하아트센터

2026-02-13     이로운 기자

박창훈 "삶의 마지막, 예술로 다시 서시길"
사비 털어 마련한 희망의 시니어 예술 무대

이번 전시는 연세케어센터 대표원장이자 노인복지 전문가인 박창훈 위원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마련한 (사)한국시니어문화예술협회 추진위원회의 첫 번째 국제미술교류전이다.

[고양신문] 최근 파주 교하아트센터가 치매 어르신들의 생애 마지막 열정을 담아낸 특별한 예술의 장으로 변모했다. 기억은 희미해져 가도 예술적 감각만큼은 더욱 선명해지는 어르신들의 작품들이 캔버스를 넘어 관람객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작품의 주인공인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비롯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객들이 한데 모였다. 붓끝에 서린 저마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던 이들은 때로는 탄성을 터뜨리고 때로는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며 깊은 감동을 공유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연세케어센터 어르신들은 본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띠었다.

화장실 불빛 아래서 밤새 그린 생의 의지
이번 전시는 (사)한국시니어문화예술협회 추진위원회(위원장 박창훈)가 주관하는 첫 번째 행사인 ‘2026 치매어르신 국제미술교류전(일본·베트남·한국)’으로, 박창훈 추진위원장의 남다른 철학이 바탕이 됐다. 박 위원장은 현재 고양시에 있는 연세케어센터 대표원장으로서 수많은 노인의 마지막 여정을 곁에서 지켜봐왔다.

박 위원장은 요양원 현장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삶의 목표와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이번 전시를 추진했다. 또한 미술 전공자인 이진이 이사가 어르신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진행하던 중, 숨은 재능을 발견하며 전시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이들은 이번 전시의 배경에 대해 “94세 어르신 한 분이 밤마다 불이 켜진 화장실 변기에 앉아 그림을 그리셨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절박함에 식사와 잠자리조차 아까워하셨던 그 열정을 잊을 수 없다”며 “그분께 약속했던 전시회를 지켜드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덧 4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예술은 결코 늙지 않는다"며 "삶의 시간 속에 쌓인 경험과 기억은 어느 순간 다시 붓을 들고 색을 고르는 힘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추어 시니어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며 누구나 예술가로서 자신의 삶을 표현할 수 있음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요양원 어르신들의 미술 작품 사진. 이번 전시는 박 위원장이 일본과 베트남 요양원의 협조로 공수해온 현지 어르신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여, 각국 시니어들의 서로 다른 화풍과 내면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3국 어르신의 내면, 한자리에 모이다
특히 이번 국제미술교류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요양원 어르신들의 작품이 함께 걸려 3국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비교해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해 추천받은 작품들은 국가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박 위원장은 “베트남은 순수한 인물 위주, 일본은 내면을 표현한 추상화가 주를 이룬다면, 한국은 그 두 세계가 조화롭게 섞인 것이 특징”이라며 전 세계 미술 치료가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미술협회, 고양미술협회, 한국예총, 유디치과 등 단체들의 후원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며졌다. 박 위원장은 이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적인 전시와 문화예술 활동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행사가 박 위원장의 사비와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박 위원장은 "시니어들이 문화 활동의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지자체 등에서도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창훈 위원장이과 이진이 이사(왼쪽)가 전시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재능과 밤새 그림을 그리던 94세 노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진심이 전시장에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교하아트센터(교하도서관 3층)에서 2월 22일까지 열린다.

추진위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오는 25일 국회 전시, 6월 화정 '갤러리 꽃' 개인전 등 시니어 작가 발굴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늦겨울, 어르신들이 전하는 따뜻한 생명의 에너지를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이번 전시회 포스터
2월 25일 국회 전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