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유권자들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보상보다 불평등 해소” 

기후정치바람 토론회를 통해 본 지방선거 기후공약 전략은?

2026-03-12     남동진 기자
지난 9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기후정치바람 ‘제3차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발표 및 토론회 모습. [사진제공=기후정치바람]

재생에너지 선호도 압도적, 원전 공약은 밀려
전기요금 차등제 찬성 63.5% 사회적 합의 확인
수도권 쓰레기 소각장·전력 불평등 해소 쟁점
생활비 절감과 결합한 '녹색 복지' 공약 승부수

[고양신문] 지난 9일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제3차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는 유권자 절반 이상(53.5%)이 지지 정당을 넘어 기후 공약에 투표하겠다는 ‘표심의 지각변동’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가 던진 진정한 화두는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결과를 좀 더 들여다보면 에너지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합의,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곪아터진 자원·에너지 불평등이라는 날것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민선 9기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이 풀어내야 할 기후·환경 쟁점과 공약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신규 원전 NO, 대세는 재생에너지와 탈석탄”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차기 단체장이 추진해야 할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유권자들이 명확한 나침반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어떤 에너지 공약을 내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1, 2순위 합산)에 태양광(41.0%)과 풍력(23.5%) 등 재생에너지를 꼽은 응답자가 무려 64.5%에 달했다. 반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여러 후보들이 앞다퉈 외쳤던 소형모듈원전(SMR)은 22.6%에 불과했으며, 대형 원전을 꼽은 응답자는 10.5%에 그쳐 유권자들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났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해 찬성한다는 비율이 63.5%로 과반을 훌쩍 넘겼으며, 탄소 발생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에도 63.9%가 찬성했다. 204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지하는 목표에 대해서는 무려 72.2%가 찬성표를 던졌다.

나아가 유권자들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단순한 정책 지지를 넘어 능동적인 참여 의지도 보였다. 시민 주도의 햇빛 발전 협동조합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6.1%, 기후 대응을 위한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은 53.3%로 높게 나타나, 지자체가 판을 깔아준다면 함께할 의지가 충분함을 시사했다.

사진제공=기후정치바람

지역 불평등 문제, 기후·환경 쟁점돼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역 현안과 결합된 구체적이고 날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핵심 쟁점은 단연 ‘수도권 이기주의’로 인한 지역 간 불평등이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생활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고 203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수도권 지자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감량과 재활용을 위한 근본적 로드맵 없이 무분별하게 소각장을 증설하려 한다는 점이다. 토론에 나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서울과 경기도 소각시설에서 다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들이 민간 업체를 통해 충청북도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충북 도민들이 대기 오염 등 환경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소장은 “소각장 지하화나 예쁜 디자인 등 사후 보상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소각장을 늘려놓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것은 모순이며,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로드맵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 생산과 소비 불평등' 역시 심각한 도마 위에 올랐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수도권 용인 반도체 산단이 대표적이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충남 등 타 지역에 1만 개의 송전탑이 세워지는 등, 에너지는 수도권이 흥청망청 쓰고 피해는 비수도권이 떠안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수도권은 경제적 과실을 챙기고, 정작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은 환경 훼손의 짐을 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안으로 ‘에너지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원칙과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가 선거의 핵심 어젠다로 채택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대구 사례를 통해 '시민 체감형 도시형 태양광'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은영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대규모 공공 주차장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노후 빌라나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해 시민들이 내는 공용 전기료나 관리비를 직접 깎아주는 형태의 '체감형 모델'이 발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기후정치바람
질의응답 시간에 답변하고 있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사진제공=기후정치바람]

기후는 삶의 문제... 생활비 절감·녹색 복지 이뤄야
그렇다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기후 공약을 내놓아야 할까. 핵심은 기후 의제를 시민의 ‘삶의 질(복지·경제)’과 철저하게 결합하는 데 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전기차 교체 보조금처럼 특정 계층에게 혜택이 쏠리는 정책이나 무조건 줄이고 참으라는 식의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기후 대응이 돌봄과 복지, 이동권을 향상시키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의 성공 전략 키워드로 ‘생활비 절감’을 내걸었다. 김병권 소장은 “물가와 주거비에 극도로 민감한 수도권 유권자들에게는 탄소 감축이 곧 내 지갑을 지키는 일임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아파트 베란다와 옥상을 활용한 태양광 보급 확대로 체감되는 관리비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무상교통 또는 기후동행카드 확대를 통해 교통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노후 주택 단열 및 창호 교체(그린 리모델링) 지원을 통해 겨울철 난방비 폭탄을 막아주는 맞춤형 공약이 표심을 가를 무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좌장을 맡은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것은 저 멀리 있는 북극곰의 빙하를 걱정하는 일이 아니라, 내 밥상 물가를 지키고, 우리 동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며, 우리 삶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삶을 바꾸는 구체적인 기후 공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