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끝내고 덴마크 국민들이 돼지고기 먹는 이유는
<특파원 생생통신> 덴마크 총선 박빙의 승부 이어져 여당 사회당 과반의석 확보 실패 선거일에 먹는 국민요리 '돼지고기'
[고양신문] 2026년 3월 24일, 덴마크 전역의 투표소 문이 닫히고 179석의 덴마크의회 포케팅(Folketing) 주인을 가리는 선거 개표가 시작됐다.
오후 8시에 발표되는 첫 출구조사에서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현 총리의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s)이 과반 의석 90석 확보는 어렵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편 자유연합(Liberal Alliance)이 우파 진영 내 최대 정당으로 부상하며, 의회의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덴마크 공영방송 DR과 TV2가 투표 개표 후 25일(현지시각) 새벽 발표한 투표 결과,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제1당 자리는 지켰으나, 지난 총선에 비해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며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의 외교적 긴장 속에서 프레데릭센 현 총리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지지율을 방어했지만, 치솟는 물가와 복지 예산 삭감에 대한 민심 악화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유럽 인근 국가들도 덴마크 총선 소식을 저녁 헤드라인으로 소개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엔알코(NRK)는 덴마크 총선 개표 결과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덴마크에서 선거일에 즐겨먹는 선거 국민요리 소식을 전했다.
저녁 8시, 출구조사 발표와 동시에 덴마크의 가정집과 식당에서는 일제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덴마크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개표 방송을 보며 즐겨 먹는 요리는 감자와 파슬리 크림소스를 곁들인 바삭하게 튀기듯 구운 삼겹살 돼지고기(스테그트 플레스크 메드 페르실레소스, Stegt flæsk med persillesovs) 요리다. 선거 개표방송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며 먹다보니 '선거 돼지고기(발그 프레스크, Valgflæsk)'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덴마크어로 'Valg'는 선거, 'Flæsk'는 돼지고기' 다.
한편 '선거 돼지고기' 란 단어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내뱉는 실현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을 비꼬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덴마크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쏟아낸 '선거 돼지고기' 같은 빈말은 믿을 수 없지만, 접시 위의 향기 그윽한 진짜 '구운 돼지고기' 요리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풍자 섞인 유머로 받아들이며 이 요리를 즐기기도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덴마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숫자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며 프레데릭센 현 총리의 3선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총선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덴마크 유권자들은 구운 돼지고기 같은 순간의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세계 패권시대와 전쟁의 시대에 덴마크의 경제 안정화, 그린란드 외교문제 해결 등 총체적 난국을 극복할 진실하고 현명한 정치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편 파슬리 크림소스를 곁들인 구운 돼지고기 요리는 2014년 덴마크 국민 투표를 통해 덴마크 국민요리(National Dish)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