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노르웨이도 기름값 쇼크... 고속도로 거북이 운전 시위
<특파원 생생통신> 노르웨이 경유 리터당 30크로네(한화 약 4700원) 돌파 탄소중립 위한 세계 최고 수준 유류세 ·환경세 영향까지 휘발유 ·경유에 대한 도로세, 9월 1일까지 일시 면제키로 친환경 전기차와 페리 전환, 탄소중립 등 정부 정책 고심
[고양신문] 북해 유전을 보유한 세계 7위의 원유 수출국이자 에너지 부국 노르웨이가 고유가에 몸살을 앓고있다. 최근 중동 전쟁의 여파로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생존권을 위협받은 운송업자들이 고속도로 서행 시위에 나서는 등 고유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엔알코(NRK)는 현지시각 27일, 노르웨이 남부의 주요 간선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수백 대의 대형 트럭과 농기계들이 줄지어 경유값 인하를 요구하며 저속 주행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도 1차로와 2차로가 수시로 반복되는 고속도로에서 저속 주행은 곧바로 교통정체로 이어진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도심으로 이어지는 E18 고속도로에서 이들은 시속 30~40km의 저속 주행을 유지하는 거북이 운전 시위를 벌이며, 치솟은 연료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르웨이 통계청(SSB)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평균 노르웨이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크로네(한화 약 3150원) 수준이었지만, 이란 전쟁 이후에 일부 지역에서 리터당 30크로네(한화 약 47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한편 노르웨이는 막대한 양의 원유를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이는 노르웨이 정부가 석유 판매 수익을 내수 가격 인하에 쓰는 대신, 철저히 국제 시장 가격에 연동시켜 국부펀드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 중립을 위해 부과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류세와 환경세가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의 충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신문사 VG는 노르웨이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자 스웨덴으로 원정 주유를 떠나는 노르웨이 운전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월 마지막 주말 기준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5~10크로네 (한화 약 800~1600원) 정도 스웨덴이 저렴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노르웨이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도로세를 4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유류세 감면 등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전쟁의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유 가격이 리터당 35크로네(한화 약 5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산유국이라는 프리미엄만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정부는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등 화석 연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직접적인 세금 감면에는 아직 회의적인 입장이다.
일례로 노르웨이 정부는 화석에너지 사용 최소화를 위해, 2026년 1월부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노르웨이 피오르드(Fjord) 지역의 환경 보호를 위해 주요 자연유산 피오르드에 진입하는 1만 톤 미만의 여객선 및 페리에 대해 무배출(Zero-Emission) 추진 시스템을 갖추거나 전기 페리만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향후 2030년까지 노르웨이 전역에 전기 페리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노르웨이 정부의 고유가 대책 마련과 함께 화석에너지 및 환경 정책 기조에 고심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