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떠오르는 이미지 화폭에 옮겨요
<고양사람들> 오정희 서양화가
[고양신문] 오정희 서양화가는 지난 겨울, '무심한 산책'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걷는 순간에 스쳐지나가는 감정과 자연을 관찰하면서 나온 형상을 조용히 포착하는 데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이 어떤 때는 마음 깊은 곳의 온도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고 느낀다. 그 작은 온도의 흔적을 종이 위에 자유롭게 늘어놓으며 그렸다.
전시 작품은 카테고리의 컨셉트를 정해두지 않고 작업했다. 그날 빛의 느낌, 종이의 결, 바탕의 색감, 손의 움직임처럼 우연히 만들어지는 층위들이 서로 겹치며 하나의 형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은 마치 산책처럼 기대 없이 천천히 걸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오 화가는 "왕성한 호기심과 관찰에서 얻은 많은 경험을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그림으로 승화시킨다"라고 설명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학창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다. 그러다 패션 공부도 했는데 어느 날 친구집에서 패션책을 보다가 퍼뜩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8개월 짧은 기간 미술 공부를 해 미대에 입학했고 그렇게 미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30여년 됐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간절함에 새벽 6시에 학교에 가곤 했다"는 그는 "50여 개의 열쇠가 달린 꾸러미를 두 손으로 들고 미대 건물 문을 열 때의 행복감은 지금도 선명하다"라고 회상했다. 방학 때도 초상화를 수묵화로 수십 번씩 반복작업 할 정도로 그림 작업에 푹 빠져 지냈다.
대학에서 수묵화를 시작으로 대학원에서는 동양화, 채색화, 동판화를 비롯해 작가의 감각이 살아나는 현장스케치라 불리는 드로잉까지 골고루 작품세계를 펼쳤다.
항상 손에는 크로키북을 들고 여름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며칠씩 야외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오정희 화가는 "자연에서 얻은 경험을 창작활동으로 이어간다"는 그는 "나이들수록 작품활동에 더 열정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