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전쟁으로 500년 대서양 문명이 저물고 있다”

류경완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 20일 열린 127회 고양포럼 대담서 강조 “미국의 패배로 단극체제 종말 가속화 세계는 다극화 체제로 대전환될 것”

2026-04-21     박경만 기자
류경완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이 지난 20일 127회 고양포럼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전쟁과 국제정세 전망’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고양신문]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했지만 스스로 내세워온 명분과 가치에 균열을 남긴 채 굴욕적으로 휴전 협상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란의 승리로 전쟁 이후 미국의 단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될 것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란전쟁이 50일을 맞은 지난 20일 오후, 류경완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은 제127회 고양포럼 대담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전쟁과 국제정세 전망’을 주제로 일산서구 주엽동 닥스빌딩 강의실에서 열린 이날 고양포럼은 이바다 고양평화누리 대표의 진행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류 이사장은 오랫동안 중동 정세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해왔으며 전쟁 발생 이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은 결코 이란을 이길 수 없으며, 양쪽이 강하게 맞붙는 순간 세계의 역사는 바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류 이사장의 이같은 주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과 서방 언론에 기대는 기존 국내 언론보도 내용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어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전황에 대해 평가해달라. 
미국은 지난 2월 28일 ‘반미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이 모인 최고지도자 집무실을 폭격해 하메네이 가족과 이란 수뇌부 48명을 폭사시켰다. 하지만 이란은 30분 뒤 반격에 나서 역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며 전황을 역전시켰다. 현재까지 이란은 3750명 사망, 주택과 건물 12만채, 의료시설 400여 곳, 학교 600곳이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만1000발 이상의 공격이 대부분 민간 인프라에 집중됐으며 군사 피해는 거의 보도된 바 없다. 이란의 지하 미사일 도시와 방공망은 70~90% 온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미군은 중동 내 미군기지 13곳이 전파됐고 자산 설비의 70%가 폐허화됐다. 

류경완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왼쪽)과 이바다 고양평화누리 대표(오른쪽)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 이란의 승리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전쟁은 해양 원정 세력 대 대륙 산맥 지형의 싸움으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의 산악 지형 기반의 지하 미사일기지와 비대칭미사일, 드론 전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전쟁을 통해 이란의 세질, 카이바르셰칸 등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파타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반면 미국은 상대가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들어와도 자유롭게 작전을 못하게 만드는 이른바 ‘이란식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따라 항공모함 전력이 무력화됐고 역내 미군기지 파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 소모전 비용 부담 등으로 고전했다. 미국입장에서는 지상전이 불가하고 미사일과 요격망 고갈로 추가 확전이 어려우며 이란 정권의 붕괴도 불가능한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 전후 세계정세는 어떻게 변화할까?
유일무이한 초강대국 미국의 단극체제가 붕괴되고, 유엔과 NATO의 영향력도 크게 약화돼 새로운 국제기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분열이 극심해지고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어 패트로 달러 시대가 막 내릴 것이다. 바야흐로 1492년 대항해시대 이후 이어진 500년 ‘대서양 문명’과 식민주의가 쇠퇴하고 상호존중과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다극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중동의 질서도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새로운 중동의 강자로 떠오르며 미국은 중동 내 기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각국은 더이상 미국 중심의 일방적 질서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선택지를 넓히려 할 것이다. 

이바다 고양평화누리 대표.

❚ 다극화 체제 전환에 맞추어 우리나라는 어떤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군기지가 그 지역의 가장 위험한 타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됐다. 미군기지들은 그동안 억지력이란 미명 아래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보루처럼 여겨졌는데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전후 새롭게 형성될 질서에 맞춰 미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는 글을 SNS에 올려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을 샀는데, 이 글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는 용기 있는 발언이자 자존감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잇따른 침략전쟁으로 전 세계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분단 모순을 하루속히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바다 고양평화누리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평화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평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준비와 일상에서의 실천을 해나갈 때 평화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포럼 참가자들이 대담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