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만두라" vs "든든한 동지"... 가족 얘기에 무장해제된 토론장

6·3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이동환 후보 불참 속 미묘한 신경전 부부싸움부터 동지애까지 3인 3색 사연

2026-05-19     박상준 객원기자
18일 일산새마을금고 본점에서 열린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전경. 

[고양신문] 18일 일산새마을금고 본점 대회의실에 마련된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현장. 시작 전부터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불어민주당 민경선, 개혁신당 신현철, 진보당 송영주 후보가 나란히 착석해 자료를 넘기며 숨을 고르는 사이, 텅 빈 의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불참을 통보한 국민의힘 이동환 후보 자리였다.  

"종 울리면 가차 없이 끊겠습니다." 단호한 진행으로 토론회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이종훈 정치평론가.

사회를 맡은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유의 입담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오늘 여러분이 두려워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저 종입니다. 종이 울리면 중간에 개입해 바로 끊어버리겠습니다.”

사회자의 ‘칼 같은’ 경고 때문일까. 후보들은 1분이라는 답변 시간에 쫓겨 진땀을 빼면서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발언을 마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주도권 토론에 돌입하자 서로의 정책을 향한 매서운 검증의 눈빛이 번뜩였고, 상대의 발언을 30초 룰에 맞춰 끊어내는 등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며 장내 온도는 더욱 달아올랐다.


“정치 그만두라며 부부싸움” vs “든든한 동지”

날 선 공방으로 굳어있던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한 건 토론회 후반부였다. 쉴틈 없이 이어진 정책 공방 뒤에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보통 선거에 나오면 배우자들이 반대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나?”라는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유권자들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 긴장했던 세 후보가 한순간에 ‘평범한 가장’과 ‘아내’로 무장해제 되는 순간이었다.

팽팽했던 주도권 토론이 끝나고 가족 이야기가 담긴 질문이 나오자 당황해하며 사회자를 바라보는 후보들.

마이크를 잡은 민경선 후보의 답변엔 짠한 현실감이 묻어났다. 민 후보는 “처음 도의원 출마 때 아내가 ‘한 번만 떨어지면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연달아 당선되다가 지난번 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이번엔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설득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치인의 삶이라 개인 생활도 없고 늘 아이 돌보는 것도 아내 몫이라 미안하고 고맙다”며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신현철 후보 역시 조심스러운 아내의 반응을 전했다. 신 후보는 “시의원 때 반대하던 아내가 의정활동을 보고 허락해 줬지만, 시장 선거는 덩치가 커서 그런지 반대보다는 걱정을 참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된다면 고양시에 힘든 분들을 많이 도와주라는 아내의 당부가 있었다. 꼭 실행에 옮기겠다”며 다짐하듯 말했다.

반면, 송영주 후보는 ‘배우자 찬스’를 자랑해 부러움을 샀다. 송 후보는 “남편과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만난 사이라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가치관이 같다”며 “이번이 큰 도전이라 걱정도 되지만, 든든한 동지로서 가장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객석 웃음 터진 ‘수륙양용 버스’

이어진 ‘엉뚱한 상상력’ 코너에는 후보들이 한결 편해진 모습을 보였다 . 민경선 후보가 “4년 전 욕이란 욕은 다 먹고도 포기 못한 한강 수륙양용 버스”를 다시 꺼내 들자, 객석 곳곳에서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토론의 중압감을 내려놓고 상상력을 뽐내는 후보들의 모습에 시민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뜬 시민 하나 없이 1시간의 릴레이 토론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고양 시민들.

1시간이 훌쩍 넘는 긴 토론이었지만, 현장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제 전략이 적중해 한 분도 조는 분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중간중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다음에 다른 토론회 가시면 절대 그러시면 안 된다”는 사회자의 뼈 있는 농담으로 유쾌하게 넘어가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고양의 미래, 파이팅!" 단상 앞으로 나와 손을 맞잡고 공정 경쟁을 다짐하는 세 후보와 사회자.

모든 식순이 끝난 뒤, 세 후보는 단상 앞으로 나와 꽉 쥔 주먹을 허공에 뻗으며 “공정!”을 세 번 연호했다. 소속 당의 점퍼 색깔도, 살아온 궤적도, 공약의 디테일도 달랐지만, 108만 시민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깨끗하게 경쟁하겠다는 그 순간의 결의만큼은 하나였다. 텅 빈 한자리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지방선거의 막이 묵직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