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만두라" vs "든든한 동지"... 가족 얘기에 무장해제된 토론장
6·3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이동환 후보 불참 속 미묘한 신경전 부부싸움부터 동지애까지 3인 3색 사연
[고양신문] 18일 일산새마을금고 본점 대회의실에 마련된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현장. 시작 전부터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불어민주당 민경선, 개혁신당 신현철, 진보당 송영주 후보가 나란히 착석해 자료를 넘기며 숨을 고르는 사이, 텅 빈 의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불참을 통보한 국민의힘 이동환 후보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유의 입담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오늘 여러분이 두려워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저 종입니다. 종이 울리면 중간에 개입해 바로 끊어버리겠습니다.”
사회자의 ‘칼 같은’ 경고 때문일까. 후보들은 1분이라는 답변 시간에 쫓겨 진땀을 빼면서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발언을 마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주도권 토론에 돌입하자 서로의 정책을 향한 매서운 검증의 눈빛이 번뜩였고, 상대의 발언을 30초 룰에 맞춰 끊어내는 등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며 장내 온도는 더욱 달아올랐다.
“정치 그만두라며 부부싸움” vs “든든한 동지”
날 선 공방으로 굳어있던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한 건 토론회 후반부였다. 쉴틈 없이 이어진 정책 공방 뒤에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보통 선거에 나오면 배우자들이 반대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나?”라는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유권자들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 긴장했던 세 후보가 한순간에 ‘평범한 가장’과 ‘아내’로 무장해제 되는 순간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민경선 후보의 답변엔 짠한 현실감이 묻어났다. 민 후보는 “처음 도의원 출마 때 아내가 ‘한 번만 떨어지면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연달아 당선되다가 지난번 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이번엔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설득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치인의 삶이라 개인 생활도 없고 늘 아이 돌보는 것도 아내 몫이라 미안하고 고맙다”며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신현철 후보 역시 조심스러운 아내의 반응을 전했다. 신 후보는 “시의원 때 반대하던 아내가 의정활동을 보고 허락해 줬지만, 시장 선거는 덩치가 커서 그런지 반대보다는 걱정을 참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된다면 고양시에 힘든 분들을 많이 도와주라는 아내의 당부가 있었다. 꼭 실행에 옮기겠다”며 다짐하듯 말했다.
반면, 송영주 후보는 ‘배우자 찬스’를 자랑해 부러움을 샀다. 송 후보는 “남편과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만난 사이라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가치관이 같다”며 “이번이 큰 도전이라 걱정도 되지만, 든든한 동지로서 가장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객석 웃음 터진 ‘수륙양용 버스’
이어진 ‘엉뚱한 상상력’ 코너에는 후보들이 한결 편해진 모습을 보였다 . 민경선 후보가 “4년 전 욕이란 욕은 다 먹고도 포기 못한 한강 수륙양용 버스”를 다시 꺼내 들자, 객석 곳곳에서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토론의 중압감을 내려놓고 상상력을 뽐내는 후보들의 모습에 시민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1시간이 훌쩍 넘는 긴 토론이었지만, 현장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제 전략이 적중해 한 분도 조는 분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중간중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다음에 다른 토론회 가시면 절대 그러시면 안 된다”는 사회자의 뼈 있는 농담으로 유쾌하게 넘어가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모든 식순이 끝난 뒤, 세 후보는 단상 앞으로 나와 꽉 쥔 주먹을 허공에 뻗으며 “공정!”을 세 번 연호했다. 소속 당의 점퍼 색깔도, 살아온 궤적도, 공약의 디테일도 달랐지만, 108만 시민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깨끗하게 경쟁하겠다는 그 순간의 결의만큼은 하나였다. 텅 빈 한자리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지방선거의 막이 묵직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