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부담에 벼랑끝 선 고양 가구인들 산업단지 마련 시급"

13년간 고양 가구공동체 이끈 정세환 이사장 인터뷰

2026-06-01     이로운 기자

개발 전부터 자연발생 90여 업체 맥 이어
가구인 매달 수백만원 임대료 고통
"경자구역 지정 시 가구단지 포함" 요구

지난 5월 28일 일산동구 풍동에 위치한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정세환 이사장이 고양 가구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고양신문] 1980년대 청춘들의 땀방울로 식사동과 덕이동 산골짜기에 자연발생적으로 둥지를 틀었던 고양가구단지. 1기 신도시 개발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내며 현재 90여 개 업체가 모인 전국 최대 규모의 가구 메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향토 가구 공동체의 중심에는 2013년 조합 창립 이래 줄곧 가구인들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정세환 고양시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이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고양신문과의 첫 만남에서 글로벌 공룡 '이케아'에 맞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VR·AR을 도입한 첫 온라인 박람회를 성공시키며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십을 증명해 왔다.
오는 6월 18일 개막하는 '제19회 2026 고양가구박람회'를 앞두고, 정세환 이사장을 만나 고양 가구산업의 현안을 들어봤다.

▍올해로 19회째인 고양가구박람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오는 18일부터 나흘간 킨텍스에서 펼쳐지는 '2026 고양가구박람회' 공식 포스터.

우리 박람회는 대관료 차익을 노리는 외부 기획사의 상업적 행사와 근본부터 다르다.
수익을 남기기 위한 행사가 아닌 만큼, 박람회 예산 전액을 현장 마케팅과 소비자 할인 혜택으로 과감하게 환원한다.
나흘간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고스란히 지역 소상공인들의 판로 확대와 고양시 세수 확보로 이어져, 진정한 상생의 축제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가구박람회'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이후 인천, 수원 등이 벤치마킹해 갔다. 이에 자부심이 크다.

▍온라인 가구 시장 급성장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의 타격과 진단은.
온라인 쇼핑몰은 치열한 가격 출혈 경쟁을 벌인다. 제조·납품회사 입장에서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재, 예컨대 소파 스펀지의 밀도를 낮추거나 저가 자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처음엔 싸다고 좋아했던 소비자들도 점차 품질의 차이를 깨닫고 있다. 우리 박람회는 90여 개 참여 업체가 비슷한 소파, 침대 수백 개를 탁 트인 공간에 오픈해 놓고 경쟁한다.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며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현장 경쟁 덕분에 시중 로드숍보다 최소 20% 이상은 저렴하게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

▍가구인들의 오랜 숙원은 가구산업단지를 통해 안정적인 '자가 매장을 갖는 것'이다. 현재 조성 추진 현황은.
우리 협회에 고양 가구인의 95%가 매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높은 전·월세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한다.
자가 전시장을 독립적으로 갖는 것은 모든 가구인의 소원이자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한 업체당 10억원 내외를 투자해 단지를 만들면, 매달 버려지는 월세 대신 은행 금리를 갚더라도 자금 여유가 생겨 상품 개발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삼송리 LH 부지나 자유로 부산동 일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인허가와 농림부 용도 변경 규제 등에 막혀 현재는 답보 상태다.

이날 정세환 이사장은 가구인들의 생존을 위해 자가 단지 조성이 가장 시급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의 거시적인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행정 지원과 정책 측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실무 부서와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한계가 명확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2년마다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도시계획을 바꾸거나 규제를 푸는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지자체의 이러한 소극적인 행정 시스템에만 의존해서는 10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파주 등 타 지자체처럼 가구산업단지가 확실하게 자리 잡으려면 결국 시 수장의 결단이나 지역 정치권의 책임감 있는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현재 고양시가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우리 가구산업단지를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거시적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가구단지 조성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고양시 가구인들의 미래 청사진은.
당장 산업단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멈춰 서 있을 수는 없다. 조합은 앞으로 가구박람회의 '질적 고도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고객들이 '고양가구'라는 브랜드 자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현장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비록 경기 침체로 가구단지 자체 회비 납부율이 떨어지는 등 내부적인 고충도 크지만, 박람회를 플랫폼 삼아 고양가구단지 전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소비자를 다시 로드숍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가구인들이 다시 단합해, 박람회를 성공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향토 산업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증명해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