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에서 키운 유망주, 왜 타지로 떠나야 하나
[고양신문] 매년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고양시 관내 초·중학교 운동부 현장에는 기쁨보다 한숨이 깊어진다. 수년간 고양의 흙먼지를 마시며 애지중지 키워낸 지역의 스포츠 유망주들이 정작 상급 학교 진학 시점이 되면 정든 고양시를 떠나 서울이나 다른 지자체로 짐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 고양시 관내에 이들이 진학해 운동을 이어갈 중·고등학교 운동부가 없어서다.
인구 100만의 특례시이자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도시를 자처하는 고양시이지만, 학교 스포츠의 연결고리를 들여다보면 허리가 뚝 끊겨 있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 또한 육상 종목의 학생 선수(현산초-저동중 졸업)로 활동하다가, 고교 진학 시기에 관내에 육상부가 없어 결국 고향을 떠나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고양의 유망주들은 여전히 이 '팀 부재'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중·고교 운동부 실종 사건’이 가져오는 폐해는 단순히 선수 개인의 이주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 고양시가 공들여 투자한 체육 인프라와 전력의 심각한 외부 유출이다. 초·중학교 시절 고양시의 예산과 지도자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에이스들이 정작 타 지자체의 이름을 달고 뛴다. 전국대회나 도민체전에서 고양시의 경쟁 상대가 되어 칼을 겨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다.
둘째, 유망주들의 조기 전력 노출과 육성 흐름의 단절이다. 관내에 연계 학교가 있다면 중·고교 지도자가 선수의 성장 상태와 장단점, 심리적 특성까지 긴밀하게 공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 하지만 타 지역으로 떠나는 순간, 선수의 데이터와 특성은 낯선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포지션 중복이나 전술적 부조화로 슬럼프를 겪거나, 스카우트 과정에서 전력만 노출된 채 마음의 상처를 입는 청소년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셋째, 선수 가족의 정주 여건 악화와 경제적 부담이다. 청소년기 자녀를 타지로 유학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기숙사비나 통학 비용 등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심한 경우 자녀의 운동 뒷바라지를 위해 고양시를 떠나 이사를 감행하는 가정까지 생긴다. 스포츠 인재 유출이 곧 지역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측의 행정적 부담 때문에 운동부 창단이 쉽지 않다는 핑계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오랜 방치를 '학교의 사정'으로만 돌려둘 것인가.
이제는 고양시, 고양시체육회와 고양교육지원청 등 관내 교육·체육 단체가 주도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통적인 학교 운동부 창단이 어렵다면, 관내 학교들과 연계된 ‘지자체형 거점 클럽’이나 ‘고양시 G-스포츠클럽’ 등 대안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중·고등부 클럽을 고양시가 직접 지원·운영하되, 관내 학생들이 학업을 병행하며 안정적으로 고양시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고양시 관내 운동 시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초·중학교 학생 선수들에게 "너희가 자라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단다"라고 말하는 구조는 너무나 잔인하다. 고양의 아이들이 고양의 이름을 가슴에 달고 성인 무대까지 꿈꿀 수 있도록, 허리 꺾인 고양시 학교 스포츠의 척추를 이제는 지역 사회가 나서서 단단히 바로잡아 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