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없는 뽕나무

김경훈의 풀꽃이야기 (8) 뽕나무와 산뽕나무 양잠 쇠퇴하면서 오디 열리는 나무로 인식 서부민통선 농로에 흔했으나 점점 잘려나가

2026-06-15     김경훈 자원식물학박사
뽕나무

[고양신문] 요즘 세상에서는 큰일 날 일이겠습니다만, 남의 집의 앵두나 살구, 대추 정도야 조금 따 먹는다고 크게 혼나지는 않았습니다. 덜 익은 살구의 시큼함이 좋아 먹다 보면, 남의 자식이 먹어서 혼내는 게 아니라 덜 익은 과실을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고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진 탓도 있겠습니다만, 지역 공동체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시점에 내것과 네것의 구분이 확실해서 돈주고 사먹지 않으면 제철 과실의 맛을 보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산의 소유권 및 자연보호의 개념도 확실하여, 산에서 열매를 채집하는 것도 불법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끝과 혀가 보라색이 될 때까지 열매를 따 먹어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는 '오디'라 불리는 열매가 있습니다. 오디는 뽕나무의 열매를 말하는데, 뽕나무, 산뽕나무, 돌뽕나무 등 모든 뽕나무의 열매는 오디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열매 자체가 오들오들하게 보여 오들개, 오돌개로 불리던 것이 오디로 정착되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는 열매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잦아져 “뽕~”하는 방귀소리에서 유래됐다는 견해와 한자어인 상(桑)에서 유래했다는 견해, 누에와 관련하여 희다, 뽀얗다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이름과 열매의 이름이 같은 편이지만, 뽕나무의 열매는 뽕이 아닌 오디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뽕나무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 편인데, 도심 공터를 비롯, 길 옆이나 물가에서도 잘 자라므로 잘 익은 뽕나무 열매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뽕나무는 주인이 없는 나무, 오디는 누구나 먹어도 되는 열매로 인식이 되어 왔습니다. 서부민간인통제구역의 농로에서도 과거에 뽕나무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디가 당뇨 등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된 민통선 지역의 오디채취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농민 입장에서야 농번기에 농로 길을 막고 오디를 채집하는 사람들이 귀찮을 뿐이어서 많은 수의 뽕나무가 베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뽕나무는 두 가지로 뽕나무와 산뽕나무가 있는데, 열매가 다 익었을 때 암술머리가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산뽕나무이므로 열매를 보고 구분하면 쉽습니다.

산뽕나무

뽕나무는 양잠의 역사와 더불어 중국을 원산으로 보기도 합니다만, 그 기원이 명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잘 자란 뽕나무는 10m 이상으로도 자라지만, 쓰임이 예전과 달라져 큰 키의 나무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래 뽕나무의 쓰임은 굉장히 많아서 잎부터 뿌리, 뽕나무에 붙은 것들까지 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열매는 주로 식용하며, 연한 잎은 식용하고, 거친 잎은 썰어 말려 차로 마시며, 줄기는 가구재나 활과 화살재료로, 뿌리는 상근피(桑根皮), 뿌리껍질을 벗겨 말리면 상백피(桑白皮)로 불리는 약재로 쓰입니다. 또한 뽕나무에 낳은 사마귀 알집을 상표초(桑螵蛸), 뽕나무에 붙은 겨우살이를 상기생(桑寄生)이라고 하여 각각 약재로 이용해 왔으며, 뽕나무에 붙은 버섯인 상황버섯은 귀한 약재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뽕나무하면 양잠과 뗄레야 뗄 수가 없습니다. 누에나방의 고치에서 나온 실로 만든 섬유를 견직물(絹織物 - 명주, Silk)이라 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급 섬유로 손꼽힙니다. 누에나방의 먹이식물이 바로 뽕나무의 잎이며,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면 고치를 삶아 실을 풀어내고 그 실로 천을 짭니다. 삶아버린 고치 속의 번데기는 보통 가축사료로 쓰이지만, 중국과 한국,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식용하기도 합니다. 누에의 똥도 농작물의 거름으로 쓰이거나 잠사(蠶沙)라 불리는 약재로 이용하였다하니 뽕나무에서 발생한 부산물 역시 버릴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잠시 쇠퇴했던 양잠 사업이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다시 전성기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수입 생사가 늘어나면서 양잠산업은 점차 쇠퇴하게 되고 뽕나무 재배 역시 함께 감소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식용과 약용 오디의 재배가 생겨나기도 하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양잠 체험을 위해 누에나방을 키우는 곳도 있다고합니다. 60~70년 당시 양잠을 하셨던 어르신들의 말에 의하면 누에나방을 먹이기 위해 하루 종일 뽕잎을 따야했고, 그 일은 목화를 따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누에나방도 귀한 대접을 받아 사람 방에서 키웠는데, 먹이를 먹는 소리가 밤새 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오디가 열리는 나무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고단함을 주는 나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