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진학교, 국립암센터서
두 번째 ‘희망이 머무는 그림’ 전시
발달장애 학생 23명 작품 19점 선보여 사랑하는 가족 글 더해지며 감동 선사 복도에 걸린 작은 마음들, 희망 가득
[고양신문] 한국경진학교는 국립암센터 개원 25주년을 맞아 오는 30일까지 국립암센터 본관 2층 로비와 연결통로에서 제2회 전시회 ‘희망이 머무는 그림’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람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에는 한국경진학교 초·중·고등학교와 전공과 학생 23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미술 수업과 예술 활동, 방과후학교에서 성실히 완성한 회화 작품 18점과 유리공예 협동작품 1점 등 모두 19점이 국립암센터 전시장에 조용한 희망의 빛으로 자리했다.
전시 제목처럼 작품들은 화려한 기교보다 아이들의 시선이 머문 세계를 조용히 보여준다. ‘아기새’, ‘뽀드득, 거품 샤워’, ‘신나는 생일파티’, ‘무지개가 뜬 마을’, ‘발레리나의 꿈’, ‘찬란한 우주’, ‘촛불’ 등 작품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기억하고 싶은 순간, 마음속 풍경이 담겼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림 옆에 가족의 글을 함께 붙여 의미를 더했다. 한 부모의 글에는 “세빈이의 작은 갤러리 우리집. 그 중에 거실 한가운데 걸려 있는 왕관 쓴 파란 고래 한 마리 그림은 우리집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보물이 됐어요. 웃고 있는 고래가 세빈이와 닮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여러분들도 우리 세빈이의 그림을 통해 작은 행복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라는 행복한 멘트가 담겨져 있다. 그림은 학생들의 작품인 동시에, 가족이 오랜 시간 지켜본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걸린 ‘사이좋은 친구’에는 사람과 자연, 동물을 바라보는 아이의 따뜻한 시선이 담겼고, ‘강릉 해수욕장에서’는 가족여행의 행복한 기억이 화면 위에 펼쳐졌다. ‘요술 물 조리개가 있다면’에는 집 안 거실에 걸린 그림 한 점이 가족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보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붙었다. 작품과 글이 나란히 놓이며 관람객은 그림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아이와 한 가족의 시간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한국경진학교와 국립암센터의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두 기관은 2023년 학생 일자리 창출과 기관 구성원 건강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협력을 이어왔다. 2024년에는 국립암센터 열린 서재 ‘지혜의 숲’에 한국경진학교 전공과 학생 3명이 취업했으며, 졸업생들이 발달장애 예술가와 소방 안전·환경미화 직무 등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성과도 있었다.
한국경진학교는 2022년부터 교외 전시를 꾸준히 넓혀왔다. 고양아람누리, 일산동구청 가온갤러리, 고양어울림누리, 수원컨벤션센터 등에서 학생 작품을 선보였고, 국립암센터 전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조양숙 한국경진학교장은 “학교 예술교육의 내실화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발달장애인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관, 지역 예술가와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가 학생들에게는 자부심을, 국립암센터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는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복도에 걸린 그림들은 조용하지만 선명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과 장면, 가족이 건넨 응원,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기회가 한 공간에 머문다. ‘희망이 머무는 그림’은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그림 한 점이 누군가의 하루를 다독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