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산하기관 통폐합, 되레 부작용 불렀다
고양대전환준비위원회 업무보고서 드러나 푸른도시사업소·농업기술센터 구조적 한계부터 박람회재단 ‘억지 통합’ 후폭풍까지 전수 검증
[고양신문]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으레 단행되는 산하기관 통폐합은 과연 행정 효율화를 가져왔을까, 아니면 또 다른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낳았을까. 민선 9기 고양시장 당선인의 임기 개시를 앞두고 고양시 상징인 '일산호수공원'과 K-콘텐츠의 거점 ‘킨텍스’를 둘러싼 행정 조직들의 곪아 터진 속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자는 19일 오후 2시부터 일산동구 소재 고양대전환준비위원회(이하 인수위) 회의실에서 진행된 환경·경제 소관 4일차 업무보고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푸른도시사업소, 농업기술센터, 고양국제박람회재단으로 이어진 약 4시간의 릴레이 업무보고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설전의 연속이었다. 산하기관들의 행정 난맥상을 두고 치열했던 공방의 현장을 상세히 기록한다.
전초전: 푸른도시사업소·농업기술센터 보고서 노출된 '행정의 벽'
본격적인 박람회재단 검증에 앞서 진행된 두 부서의 보고는 고양시 공직사회가 앓고 있는 부서 간 칸막이와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초전이었다.
먼저 진행된 푸른도시사업소 보고에서는 100만 특례시의 녹지 부서가 대형 정책을 주도하지 못하고 단순 시설물 유지·관리 부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푸른도시사업소 안에 녹지과가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녹지과가 하위 조직으로 취급돼 주도적으로 일하기 힘들 것 같다. 고양시에 숲이 몇 개나 되는지, 녹지 체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빅데이터 기반 정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던 김달수 위원장 역시 "국가정원 추진이나 국가유산청 협의 같은 굵직한 과제는 단순 관리 부서의 기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무적·정치적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사업소를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이전해 정책 기획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어진 농업기술센터 업무보고에서는 이사회 구성의 기형성을 묻는 질의가 나오며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김진이 위원(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이 고양국제꽃박람회재단의 비효율적인 이사회 구조를 묻자, 한철희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난처한 기색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원래 꽃박람회재단이 있었고 저희(농업기술센터)가 소관했는데, 마이스(MICE) 조직인 컨벤션뷰로가 합쳐지다 보니 자족도시실현국 등 타 부서가 이사회에 혼재돼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부서 성격이 완전히 판이한 조직을 인위적으로 결합하다 보니 정작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청 내 주무 부서의 책임 소재마저 꼬여버린 셈이다.
본론: "위아래가 완전히 바뀌었다"… 컨벤션뷰로 '억지 통합' 십자포화
오후 늦게 시작된 고양국제박람회재단 보고 시점에는 현장의 긴장감이 정점에 달했다. 인수위원들은 지난해 10월 시장 지침에 따라 단행된 사단법인 고양컨벤션뷰로의 박람회재단 흡수 통합 건을 두고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영아 인수위 대변인은 통합의 구조적 모순을 조목조목 짚으며 직격탄을 날렸다.
"고양시 컨벤션뷰로는 꽃박람회, 호수예술제 등 고양에서 일어나는 모든 콘텐츠를 접속하고 육성해내는 기구이다. 컨벤션뷰로가 훨씬 상위의 개념이고 꽃박람회는 그중 하나의 행사일 뿐인데, 꽃박람회재단이 컨벤션뷰로를 아래에 깔고 있으니 위아래가 바뀐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통합을 결론 낸 고양시정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이해되지 않으며, 조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경애 위원(성균관대 사회학 박사) 또한 "마이스 산업 육성이 꽃박람회가 직면한 한계나 브랜드 약화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을 질타했다. 조현숙 위원(전 고양시의회 부의장) 역시 "과거 두 조직이 통합한다고 할 때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굉장히 많은 반대를 했다"며 현장의 우려를 대변했다.
외부의 냉혹한 평가가 쏟아지자 조직 내부의 깊은 갈등과 고충도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지난 10년간 고양시 마이스 산업을 현장에서 이끌어온 이상열 컨벤션뷰로 본부장은 침통한 어조로 고백했다.
"통합 이후 기구가 잘 안착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컨벤션뷰로 조직은 해외 마케팅을 전제로 해 직원들이 영어를 구사해야 하고 개인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인력 구성을 통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는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웠다."
공방: "추상적 성과 보고, 결국 출장비 잔치 아닌가"
컨벤션뷰로가 연간 16억~18억원 규모의 예산(시비 11억원 포함)으로 달성했다는 마이스 산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한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컨벤션뷰로 측은 포켓몬 글로벌 행사 유치로 11만 명을 동원하고, 유기적 얼라이언스를 통해 관내 마이스 기업을 78개까지 확충해 3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김달수 위원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평가라는 것은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이지 개인의 의지로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게 아니다. 이 사업 내용을 보면 성과가 없을 때 사업 설명이 추상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 적시된 것들만 보면, '그냥 출장비 이 정도 썼구나'라고밖에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전시장인 ‘킨텍스(KINTEX)’를 보유하고도 지역 경제와의 접속점이 끊겨 있다는 묵은 딜레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영아 대변인이 "고양시가 지분 50%를 갖고 있는데, 킨텍스에서 아시아 규모의 행사를 수없이 열어도 경제적 시너지가 고양시 골목상권으로 오지를 않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상열 본부장은 킨텍스와 지자체 간의 구조적 장벽을 토로했다.
"킨텍스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킨텍스의 성공이 고양시의 성공과 동리시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킨텍스는 임대 수익을 위해 공간(Venue)을 파는 곳이고, 컨벤션뷰로는 고양시 전체를 파는 곳이다. 고양시가 집주인이긴 하지만 다른 대주주들이 있다 보니, 킨텍스에 고양시 산업 전체를 책임지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환경적 제약이 있다."
본질: "시민 없는 3무(無) 축제"... 고양꽃박람회 한계
조직의 혼란상과 더불어 재단의 핵심 사업인 ‘고양국제꽃박람회’를 향한 위원들의 지적은 더 매서웠다.
호수공원 인근에 25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김유동 위원은 "일반 시민 입장에서 쓴소리를 하겠다"며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시민 시각에서 보면 매년 꽃박람회는 '3무(無) 축제'다. 첫째 시민이 없고, 둘째 볼거리가 없고, 셋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다. 작년과 올해 축제는 제가 지난 25년 통틀어 겪어본 최악이었다. 축제 기간 호수공원을 산책하면 20대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모두 욕을 한다. 현 시장 낙선의 1등 공신이 고양꽃박람회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김 위원은 특히 유료 관람객 유치를 위해 펜스와 천막으로 호수공원 전경을 가로막았던 불통 행정과 축제가 끝나자마자 튤립 등 볼 만한 꽃들을 곧바로 철거해 버린 행태를 두고 "납세자인 시민에게 단 하루도 꽃을 향유할 시간을 주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이창현 고양꽃박람회재단 대표이사는 "과거에는 종료 후 시민들에게 꽃을 나눠주기도 했으나, 새벽에 장사꾼들이 무단으로 싹쓸이해 가거나 재판매하는 부작용이 컸다"며 "이를 막기 위해 현재는 군부대, 보건소, 학교 등 공공기관의 사전 신청을 받아 공익적 목적으로 전량 배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로운 대안 마련을 위한 위원들의 구체적인 제안도 쏟아졌다. 김민희 위원(아키디아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일정을 아예 5월 한 달 내내 상설화하고, 입장권 금액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변 상권으로 유입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다수의 위원들이 "30년 전 수립된 화훼 수출이라는 목적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며 무늬만 국제박람회인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화훼 농가와 시민 추진단이 주도하는 대규모 광장형 축제로 체질을 대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인수위 환경·경제 소관 업무보고는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고양시 산하기관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시민 체감도가 낮은 관행적 행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계기가 됐다. 산하기관의 맹목적인 통폐합을 지양하고, 지역 경제와 시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질적인 대전환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