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테크노밸리 분양 낙제점·부채 급증"...인수위, 고양도시공사 '소극 행정' 질타
[민선 9기 인수위 고양도시공사 업무보고] 가격경쟁 입찰 한계, 공모방식 전환 시급 K-컬처밸리 연계 누락 등 소극 행정 질타
[고양신문] 지난 23일 오후 진행된 민선 9기 고양시장 인수위원회 '고양대전환준비위원회(위원장 김달수)'의 고양도시관리공사 대상 업무보고에서는 100만 특례시 핵심 개발을 이끌어야 할 공기업의 구조적 한계와 수동적인 행정 행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일산테크노밸리의 저조한 분양 실적과 이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악재 앞에서도 타 기관과 권한 한계만을 탓하는 공사의 안일한 태도에 인수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단순 대행 기관에 머물러 있는 공사의 체질을 주도적인 사업형 조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날 회의의 핵심 쟁점은 일산테크노밸리 분양 활성화 방안이었다. 공사 측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식기반용지 1차 6필지가 모두 유찰된 데 이어 올해 5월 첨단제조시설 용지 20필지를 공급했으나 단 1필지만 계약되는 등 분양 성적이 낙제점에 가까운 상황이다.
공사 측은 분양가 상승과 수도권 자족용지 과잉 공급,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악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으며,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기업 유치를 위해 1000평 이상 투자 시 평당 80만원을 지원하던 현행 제도의 진입 장벽을 500평으로 낮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산테크노밸리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복합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 편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수위원들은 공사의 이러한 상황 인식과 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영아 인수위 대변인은 "현재와 같은 가격경쟁 입찰 방식으로는 기업 유치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고양시의 경제 상황에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사업계획 공모 방식으로 전환해 과감하게 조성원가로 부지를 공급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하는 정치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족용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난개발 우려도 제기됐다. 김유동 인수위원은 "자족용지가 계속 안 팔릴 확률이 높다. 늦기 전에 플랜 B, C를 세워야 한다"며 "분양 활성화를 위해 기숙사 허용 비율을 무분별하게 늘릴 경우, 일산테크노밸리 역시 하남 미사나 운정 지구처럼 결국 변형된 오피스텔 중심의 난개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분양 실적은 공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와도 직결됐다. 하성용 인수위원은 "공사의 부채 비율이 2022년 34%에서 2025년 150%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55%를 넘어서며 재무 안정성이 극히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공사는 테크노밸리 총사업비 증가에 따라 하반기에 행정안전부에 500억~600억원 규모의 공사채 추가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인수위원들은 뚜렷한 앵커기업 유치 성과 없이 빚내서 사업을 연명하는 구조는 결국 시민들의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위험성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철저한 관리를 요구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대규모 외자 유치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례도 지적됐다. 이성우 부위원장은 앞서 미국과 호주의 투자사들이 13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타진했음에도 고양시와 공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강승필 공사 사장은 외국 자본 유치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해명했지만 위원들은 "투자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만나주지도 않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3조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분양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전형적인 보신주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정무적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부서 간 장벽에 갇힌 칸막이 행정도 뭇매를 맞았다. 정민경 전문위원은 민선 9기 시장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K-컬처밸리 아레나 조기 착공과 라페스타 공영주차장 부지 내 e스포츠 경기장 건립 계획이 공사의 업무보고에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정 위원은 "공사가 보유한 자산과 인접한 핵심 시책 사업이라면 당연히 관광객 동선 연계, 주차 수요 예측 등 선제적인 협력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며 공사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공사의 책임 방기 문제도 지적됐다. 김범수 전문위원은 공사의 관내 기업 물품 구매 비율이 2023년 40%에서 2025년 29%로 오히려 줄어든 점을 짚으며, "공공 발주 공사에 대해 하도급의 60%를 지역 기업에 주도록 한 조례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향후 추진 사업에서 관내 하도급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인수위 측은 고양시가 100만 특례시로 성장한 만큼, 도시공사의 조직 구조와 역할도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의 체육·문화시설 등 단순 대행 관리 업무의 비중을 전체의 4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축소하고, 나머지 역량을 도시 개발, 노후 도시 재생, 교통 문제 해결 등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