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8만개·시민혜택 8천억 증발… K-컬처밸리 좌초 손실 '6조원'
경기연구원, k-컬처밸리 좌초 피해 분석 표면적 손실 26억, 숨겨진 피해 6조원 육박 행정 지연과 정무적 오판이 부른 대참사 세수 668억·편익 8천억, 허공에 날려 일자리 8만개 증발, 고양시민 피해로
[고양신문] 대규모 개발사업인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이 좌초되면서 고양시가 떠안게 된 유·무형의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리스크에 대한 공공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최준규 외)에 따르면, 사업 무산으로 인한 표면적인 매몰 비용은 26억원 남짓이나, 실제 잃어버린 경제적 파급효과와 공공 편익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6조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무산을 두고 민간사업자인 CJ 측의 사업 지연 등 귀책사유가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고양시의 인허가 등 행정 지연과 경기도의 지체상금 협상 과정에서의 정무력 부재 또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자체와 민간사업자의 엇박자 속에 발생한 천문학적인 피해는 오롯이 고양시민들에게 전가된 셈이다.
당장 증발한 고양시 수입만 668억원에 달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지자체의 재정 손실이다. 보고서는 사업 지연 및 해지로 인해 고양시 등 공공이 당장 잃게 된 수입 및 낭비 비용을 668억6000만원 규모로 추산했다.
항목별로 뜯어보면 먼저, K-컬처밸리 부지(장항동 일원)에 대한 토지 대부료 손실이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추진 시 공시지가 2배 상승을 가정한 최소 보수적 수치로만 따져도 약 153억6000만원의 임대 수익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더 큰 구멍은 세수 감소다. 시설이 원래 목표(2024년 6월 준공)대로 정상 운영됐다면, 5년 동안 방문객들의 막대한 소비 지출을 통해 고양시가 거둬들일 수 있었던 지방소비세는 약 515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양시의 한 해 복지 예산과도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기존 사업 백지화로 인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방치된 현장을 관리하며, 추가적인 법률 자문 등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불필요한 예산 26억4000만원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으로 버려지게 됐다. 안 그래도 재정 자립도가 낮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고양시 입장에서 668억원에 달하는 확정적 세수 및 임대료 증발은 향후 시의 다른 교통·복지·문화 인프라 투자 여력까지 연쇄적으로 위축시키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여기에 고양시민이 개개인이 누리지 못하게 된 ‘공공 편익(문화적 효용 가치)’까지 금액으로 환산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보고서는 시설이 제때 개장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5년간의 경기도와 고양시 문화가치 기대효과(편익) 손실액을 총 8675억원으로 산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레나와 최첨단 체험형 스튜디오, 놀이공간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뮤직 타운(K-Content Park)’의 무산으로 인해 무려 7468억원의 편익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시설 위주의 ‘웰컴 타운’에서는 399억원, 호텔 등 숙박·업무시설이 계획된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타운’에서는 807억원의 편익이 상실됐다. 이는 고양시민들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문화·여가 인프라 향유 권리가 박탈당했음을 수치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5.5조원 경제 유발효과, 8만개 일자리 창출 사라져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 추진 시 기대됐던 거시경제적 파급효과의 상실은 고양시 지역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안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K-컬처밸리 조성 시 경기도와 고양시 일대에 유발됐어야 할 생산유발효과는 5조5220억원이며 이중 부가가치유발효과는 2조59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관광 수입을 넘어 고양시 내 건설, 서비스, 숙박, 외식업 등 골목상권 전반에 걸쳐 기대됐던 경제적 낙수효과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자족기능 부족으로 고질적인 ‘베드타운’ 한계에 부딪혀 온 고양시로서는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증발된 점이 가장 뼈아프다. 당장 K-컬처밸리 시설 운영에 필요한 직접 고용 5817명은 물론, 파생되는 취업유발효과 등 8만184개의 일자리 창출 기회가 사라졌다. 특히 이 일자리들이 K-팝, 방송영상, 관광 등 지역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 산업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여기에 국내 공연산업 규모를 386억원가량 키울 수 있었던 산업적 성장 동력도 함께 꺾였다.
공공기여 명목으로 민간사업자가 약속했던 지역 맞춤형 인프라 및 사회적 가치 창출 계획 또한 전면 백지화됐다. 당초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된 스타트업 육성 공간 제공(37억원), 보행자도로 환경 개선(35억원), 테마파크 우측 도로망 확충(25억원) 등 총 100억원 규모의 지역 인프라 투자 약속이 공수표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 창업자를 위한 푸드트럭 공간 지원, 1인 크리에이터 공유 스튜디오 제공, 소외계층 대상 무료 초청 및 급식, 다문화 가정 행사 등 지역 공동체를 위해 기획됐던 정성적·사회적 가치 환원 역시 모두 허공으로 사라졌다.
민간 책임론 넘어서는 지자체 책임 규명 절실
보고서는 대규모 개발사업 무산 시 민간사업자에게 공공기여분까지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작금의 K-컬처밸리 사태를 두고 기업의 일방적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 개발 전문가는 “고양시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잦은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 적기를 놓치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고, 경기도 역시 지체상금 협상 등 사업 정상화의 분수령에서 유연한 정무적 판단 대신 원칙론에 매몰돼 결국 판을 엎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지자체의 행정 편의주의와 정무력 부재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눈에 보이는 26억원의 매몰비용 뒤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고양시민의 잃어버린 미래가 있다”며 “경기도와 고양시, 사업자 간의 ‘네 탓 공방’ 속에 지역 경제의 뼈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행정의 무능에 대한 뼈아픈 복기 없이 민간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대안만 논하는 것은 반쪽짜리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