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석 칼럼] 방과후 ‘고양’을 꿈꾸며
내일은 방학
[고양신문] 드라마 〈참교육〉의 폭발적인 관심은 단순히 하나의 흥행작이 탄생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학교를 바라보며 품고 있는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과도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려는 절박한 외침인지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학교가 학생을 둘러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부모와의 갈등, 사이버폭력,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학교 붕괴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가 되었고, 그 위기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제도와 규정을 만들어 왔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고, 새로운 매뉴얼과 신고 절차, 위원회와 행정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학교가 체감하는 위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는 교육보다 문제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정말 부족한 것은 또 하나의 제도일까.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학교를 둘러싼 공간일지 모른다.
교육은 인간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세워진다. 그렇기에 교육은 언제나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교육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가 변화하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도 반드시 등장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 익명성을 이용한 괴롭힘, 정신건강 문제, 가족 구조의 변화는 과거 학교가 경험하지 못했던 과제들이다. 아무리 훌륭한 학교라도 학교 밖에서 발생한 문제를 학교 안에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일부 학교가 아니라,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던 학교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을 제도에서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 학교는 모든 사회문제가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지만, 정작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할 지역사회와는 분리되어 있다. 학교 안에 또 하나의 절차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학교 밖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학교가 홀로 떠안아서는 안 된다. 심각한 학교폭력, 반복되는 교권 침해, 가정의 위기, 청소년 범죄, 정신건강 문제는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청소년 상담기관, 복지기관, 의료기관, 심리 전문가, 법률 전문가, 시민단체가 하나의 지역 거버넌스로 연결되어 학교 밖에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협력의 중심이 될 수는 있지만, 수사기관도, 상담기관도, 복지기관도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육보다 행정과 갈등 조정, 각종 민원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학교 밖 거버넌스가 다양한 문제를 분담할 때 비로소 학교는 다시 교육에 집중할 수 있고, 학생들도 보다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해법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학교 밖의 기관이 학교를 돕는 수준을 넘어, 학교의 역할 자체를 마을과 사회로 확장해야 한다. 교육은 교문을 나서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속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도서관과 박물관, 마을공동체, 기업, 환경단체, 문화예술기관, 자원봉사단체가 모두 배움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지역사회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되고, 지역사회는 학교의 또 다른 교실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말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이자 지역 거버넌스 기반의 평생학습이다. 민주주의는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없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토론하고, 참여하고, 봉사하며, 공동체의 책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민주 시민의 자질과 역량은 길러진다. 학생은 학교 안에서만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속에서 시민으로 성장한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는 단순히 수업이 끝난 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개념이 아니다. 학교 밖에서 교육이 이어지고, 마을 전체가 교육의 책임을 함께 지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다. 학교의 담장은 교육과 사회를 구분하는 경계가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는 문이 되어야 한다.
〈참교육〉은 우리에게 교권과 학생지도의 문제를 던졌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학교를 살리는 길은 학교 안의 권한을 더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사회가 교육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학교가 무너진 이유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학교 안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라면, 학교를 다시 세우는 방법은 사회 전체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또 하나의 제도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학교, 마을 전체가 교실이 되고 모든 시민이 교육자가 되는 '방과후 학교' 아니 ‘방과후 고양’. 바로 그곳에서 우리 교육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