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공익시설인가

[기고] 우리가 몰랐던 골프장 개발의 이면

2026-07-07     허영호 고양환경운동연합 감사. 산황산지키는시민연대
허영호 고양환경운동연합 감사. 산황산지키는시민연대

[고양신문]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두 명의 스포츠 스타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졌다. 이른 새벽 통쾌한 강속구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돌려세웠던 박찬호 선수, 그리고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기적 같은 샷을 날렸던 '맨발 투혼'의 박세리 선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위로를 줬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야구와 골프를 포함하여 스포츠를 직접 즐기거나 시청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1997년 당시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이 두 선수가 전 국민에게 거의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의 빛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치과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골프는 필수적인 사교 모임의 주종목으로 꼽히지만, 나는 지금까지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골프라는 운동이 이루어지는 '골프장'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친환경 미생물 농약을 쓰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맹독성 화학농약의 사용량 자체가 막대해 주변 환경과 수질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골프장은 공익시설인가?

2012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골프 사업자가 토지주들과 담합해 그린벨트 내에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부동산 수익 사업이었다. 민간 영리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이 법적으로 '공익시설(기반시설)'로 보호받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은 곳에서 무분별한 훼손이 진행됐고, 결국 2011년 헌법재판소는 민간 골프장에 강제수용권을 주는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2년 관련 법이 개정돼, 이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공공 골프장 외에는 공익시설로 인정받지 못한다. 즉, 개인 사유지인 그린벨트에서는 민간 골프장이 공익시설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골프장이 공익시설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사업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첫째,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그린벨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공익시설로 분류돼 도시에 반드시 필요한 학교나 병원 같은 기반시설과 동등한 지위를 누렸기 때문이다. 둘째, '토지강제수용권'이다. 골프 사업자가 필요한 토지 면적의 3분의 2, 토지주 2분의 1 이상을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주들이 매각을 반대하더라도 강제로 땅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신도시 개발 같은 거대 공공사업에나 적용되는 강제수용권이 사기업의 골프장 사업에도 적용됐던 것이다.

사업자는 지가가 저렴한 그린벨트를 후보지로 정하고 토지주들을 설득한다. 땅값을 시세보다 서너 배 쳐준다는 제안에 대부분 찬성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문중 토지'다. 특히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여성에게도 문중(종중)원의 자격이 인정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종전처럼 남성 중심의 주도 세력이 마음대로 땅을 팔 수 없게 됐고, 여성 문중원을 포함한 전체의 동의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문중원들이 매매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무효를 주장하면 계약 전체가 엎어질 수 있는 '지뢰'가 된 셈이다.

이때 사업자가 꺼내 드는 회심의 카드가 바로 '토지강제수용권'이었다. 전체의 동의를 얻기 힘든 문중 토지라 할지라도, 요건만 갖추어 강제수용 승인을 받아버리면 문중 내부의 동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헐값인 공시지가 수준으로 그들의 땅을 강제로 수용해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막아내기 위해 연대하고 있는 고양시민들. 

고양시, 행정적 오류 바로잡아야

2012년 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법 개정 이전에 인허가 절차가 진행된 골프장들은 여전히 애매한 법적 지위를 방패 삼아 꼼수를 부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양시에서도 과거의 지위를 내세운 산황산 골프장이 증설 신청을 했고, 시는 이를 승인한 상태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위법적인 요소를 강력히 지적하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나 또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이 싸움에 연대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가 온 국민에게 주었던 위로와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순기능을 어찌 내 개인의 호불호로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이 돌이킬 수 없는 숲의 파괴 위에서 세워져서는 안 된다. 과거의 법적 특혜를 방패 삼아 진행되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은 시대의 흐름에도, 시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고양시가 행정적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을 때까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이 연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