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서점은 커먼즈가 될 수 있을까

윤상근의 동네서점기행(13) 돈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공간 내 서점에서 모두의 서점으로

2026-07-13     윤상근 세리서점 대표
세리서점 서가에 꽂혀있는 '커먼즈란 무엇인가'.

[고양신문] 요즘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세리서점은 커먼즈가 될 수 있을까. 서점에서 무언가 일을 벌이면 그 끝에는 늘 사람이 남는다.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의자를 접고, 사용한 컵을 씻고, 바닥을 쓸고 간다. 사람들은 친구를 데려와 "우리 동네에 이런 서점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어떤 날은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서점이 꽉 찬 기분을 느끼며 문을 닫는다. 그럴 때마다 묘한 감각이 깨어난다. 신도시 개발 전의 일산, 많은 것을 나누고 돕던 농촌마을의 어린이로 살아갈 때의 감각.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집을 드나들고, 농기구를 빌리고, 김장을 나누던 풍경. 그때는 그것을 커먼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었다. 물론 서점이 있는 이곳은 개인이 많은 것을 소유하는 도시 한가운데다. 월말이 되면 이런 감상은 현실 앞에 정지된다. 임대료는 날짜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지난달에는 책이 예상보다 많이 팔려 잠깐 들떴다. '이러다 정말 돈을 버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며칠 뒤 에어컨 청소와 방역 비용이 한꺼번에 나갔다. 통장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주 독서모임에서 모임 구성원들과 함께 한디디의 ‘커먼즈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한디디는 커머닝을 "공통의 리듬과 감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고,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며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한디디 작가는 과거 이태원 인근 해방촌에 있던 빈집, 빈고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고양신문에서 검색하면 10년 전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몇년 전 커먼즈라는 말을 접했을 때는 그저 공유, 공유지 정도로 이해했다. 책장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세리서점이었다. 물론 세리서점을 커먼즈라고 정의하긴 힘들다.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사유재산이다. 적자가 나면 내가 책임지고, 임대료도 내가 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공간을 내가 혼자 운영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문을 열고 닫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독서모임의 즐거움은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 여러 사람이 찾아오는 북토크가 끝나고 나면 손님이 아닌 주인처럼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서점 프로그램을 자기 일처럼 홍보하고, 누군가는 열고 싶은 새로운 모임을 제안하고 운영한다. 나는 장소를 마련했을 뿐인데, 서점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간다. 나는 요즘 그래서 서점에 매일 같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손님인가? 손님은 아니다. 그렇다고 직원도 아니다. 그럼 친구인가, 아니 역시 이들을 이웃으로 부르기로 한다. 

내 서점인데, 어느새 모두의 서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감각.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대하느냐다. 손님으로 머무는지, 아니면 마치 자신이 주인처럼 행세하는지. 나 개인이 주인인 세리서점은 여전히 책을 팔아야 하고, 임대료를 내야하며, 다음 달을 걱정해야 한다. 커먼즈는 ‘이제 커머닝을 시작하겠어’라는 선언으로 시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자를 함께 정리하고, 이 곳에 처음 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이 공간이 오래 이곳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들에서 시작되는 않을까. 상업공간이면서도 모두의 공간. 돈의 논리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돈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공간. 이 도시 한가운데서 세리서점과 이 골목은 과연 그런 곳이 될 수 있을까. 


*커먼즈(Commons)란?
커먼즈는 흔히 '공유지'로 번역되지만, 단순히 함께 소유하는 재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숲, 바다, 지식, 공간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자원을 공동의 규칙과 책임 아래 돌보고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 이용이 아니라 함께 관리하는 과정(커머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