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나무를 집안에 심지않는 이유
김경훈의 풀꽃이야기 (9)서부 민통선 식물-복사나무와 매실나무 발아력 좋아 밭둑, 강변에도 잘 자라 선비정신 상징 매화는 마을주변 식재
[고양신문] 벚나무를 비롯한 봄철 장미과 벚나무속(Prunus)의 꽃은 대체로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꽃잎 끝의 갈라짐, 꽃자루의 유무 등 여러 특징을 이용해 구분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습니다. 꽃은 닮았지만 열매의 쓰임은 제법 다릅니다. 벚나무 열매는 크기가 작고 약간 씁쓸한 맛이 있어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주로 이용합니다. 반면 복숭아·매실·자두·살구와 같은 열매는 사람이 선호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에게 돌아갈 몫이 많지 않습니다.
봄꽃 나무를 이야기할 때 벚나무와 매실나무(매화나무)를 자주 비교합니다. 그러나 꽃을 보지 않아도 교목(큰키나무)으로 자라는 벚나무와 달리 매실나무와 복사나무는 대체로 소교목에 가까워 줄기의 형태만 보아도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복사나무(복숭아나무)는 약 2000년 전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재배되지만 맹아력이 좋아 밭둑이나 하천변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매실나무는 외래식물로 보지는 않지만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아 도입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부 민통선 지역을 다니다 보면 복사나무는 임진강변 등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매실나무는 대부분 마을 주변에 식재된 개체를 보게 됩니다.
꽃 피는 시기를 보면 매실나무가 복사나무보다 조금 이른 편입니다. 옛사람들은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실나무를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반면 복사나무는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집 안에 심거나 제사상에 올리는 일을 꺼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매실나무는 마을과 정원을 차지하고, 복사나무는 바깥 공간에 머물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렇다고 복사나무를 부정적으로 보았던 것은 아닙니다. 복숭아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복사꽃이 가득한 세계는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매실나무는 관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흥미로운 나무입니다. 꽃을 중심으로 보면 매화나무, 열매를 중심으로 보면 매실나무가 됩니다. ‘매(梅)’ 자체가 이미 매실나무를 뜻하므로 ‘매화(梅花)’와 ‘매실(梅實)’ 모두 틀린 표현은 아니다. 다만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매실나무’를 국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사나무의 이름은 ‘복셩’ 또는 ‘복샹’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꽃 화(花)’가 붙어 복셩화–복셩아–복숭아로 변화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 유래를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먹는 ‘복숭아’는 원래 열매가 아니라 복사꽃을 뜻하는 셈이라 흥미롭습니다. 현재 국명은 복사나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사나무와 매실나무는 자라는 환경뿐 아니라 잎의 형태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복사나무는 잎이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고, 매실나무는 달걀 모양의 난형입니다. 다만 두 나무 모두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꽃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복사나무는 주로 분홍색 또는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반면, 매실나무는 품종이 다양하여 흰색부터 자주색까지 여러 색으로 개량되었습니다. 꽃 색에 따라 백매화·청매화·홍매화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실나무라 하면 흰 꽃 품종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상 가치로는 매실나무가 널리 사랑받지만, 복사나무는 주로 과실 생산을 목적으로 재배됩니다. 복숭아는 수분 함량이 높아 쉽게 물러지고 병해충에도 약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반면 야생에서 자라는 복사나무의 열매는 크기가 작고 당도가 낮아 비교적 씨앗을 지켜내기 쉽습니다. 물론 열매 속에는 어김없이 나방 애벌레가 들어 있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야생형 복숭아를 흔히 개복숭아, 나무는 개복숭아나무라 부릅니다.
과거 매실나무의 꽃은 차로 마시고, 열매는 술·장아찌·매실정과·약재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었습니다. 설탕을 구하기 쉬운 오늘날에는 주로 매실청 재료로 사용됩니다. 매실청은 여름철 음료로 마시거나 요리에 설탕 대신 활용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김장을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한때는 크기가 비슷하고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버려지던 개복숭아를 매실로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많아 가짜 매실을 구별하는 방법까지 소개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개복숭아의 건강상 효능이 알려지면서 인식이 달라졌고, 이제는 오히려 귀하게 여겨지는 열매가 되었습니다. 결국 어떤 것이든 그 쓰임을 제대로 찾는다면 쓸모없는 것은 없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