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내려놓은 자리, 대안교육의 희망을 봤습니다”

개교 20주년 특별인터뷰 - 박은철 광성드림학교 교장

2026-07-19     이명혜 기자
박은철 광성드림학교 교장은 “돌이켜보니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지난 20년 동안 다져온 이 소중한 교육적 자산과 희망의 모델들을 전국의 인재들과 나누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대안교육의 길을 더욱 넓고 깊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활짝 열린 문, 책상 위에는 커다란 수족관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달걀 부화기가 가동되는 독특한 교장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놀러 와 팝콘도 먹고, 물고기도 분양받아 가는 열린 교장실. 권위의 벽을 허문 교장실의 주인은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대안학교, 광성드림학교 박은철 교장이다.
 
“지난 20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는 눈물 어린 어려움도 있었지만, 돌아보니 매 순간이 과분한 은혜와 든든한 추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더군요.”

박은철 교장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깊은 소회를 밝혔다. 대안학교라는 척박한 땅에서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박 교장은 이 기적의 공을 가장 먼저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교회와 모든 믿음의 동역자들에게 돌렸다. 

2023년 2월 열린 고등학교 1기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사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 광성드림학교] 

교사·학부모 ‘동지적 연대’ 
박은철 교장이 꼽는 광성드림학교의 가장 큰 자산은 교회와 학교, 가정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강력한 공동체성에 있다.

“오늘날 많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다릅니다.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존경, 사랑을 기반으로 한 ‘동지적 연대’를 맺고 있지요. 저는 이 연대야말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육에 던지는 가장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뢰의 토양 위에서 아이들은 특별하게 자라난다. 이곳의 학생들은 스스로 스마트폰을 쓰지 않기로 약속하고 실천한다. 배움도 사교육 없이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이뤄진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는 특정 명문대 진학을 좇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삶의 자잘한 성공과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교사와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며 상식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 즉 ‘전인적 삶’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학교의 진짜 지향점이다.

여기에는 학교법인의 전폭적인 신뢰와 자율성 보장도 큰 몫을 했다. 설립 교회가 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학교를 건립했음에도 운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실패하더라도 관여하지 않고 오직 인재 양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것은, 그 큰돈을 조건 없이 사회에 온전히 환원했다는 뜻”이라는 게 박 교장의 설명이다. 교회의 이해관계나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학교, 그것이 광성드림학교가 건강성을 유지해 온 비결이다.

“우리의 목표는 명문교 타이틀이 아니라,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적성을 찾아주는 거예요. 학부모님들과 이 가치를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지난 20년이 남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초등 5학년 충성캠프 참가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 광성드림학교]

경쟁 지우니 역량 피어나
“우리의 목표는 명문교 타이틀이 아니라,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적성을 찾아주는 거예요. 학부모님들과 이 가치를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지난 20년이 남긴 가장 큰 성과입니다.”

광성드림학교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이 모두 연계돼 있어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 특히 입시 압박이 가장 커지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까지도 정상적인 대안교육이 흔들림 없이 이뤄진다.

광성드림의 고등학교는 한 학년이 30명 남짓인 소규모 학교라 상대평가 체제인 대입 내신 성적을 받기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교양과목 내신등급이 산출되지 않는 수업에서도 잠자는 고3 학생들이 없고, 성적이 꼴찌인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다. 등수를 매겨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 대신, 프로젝트 중심의 협력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내려놓자 오히려 학업 역량이 극대화되는 역설이 일어났다. 실제로 아이들은 고등학교 입학 때보다 3학년 졸업 시점에 훨씬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여준다. 대학들 역시 이러한 광성드림학교의 교육적 가치를 알아보고 졸업생들의 선발 비율을 높이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면접 준비까지 직접 책임지고 지도한다. 학교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있기에, 졸업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모교를 자주 찾아오곤 한다.

초등 드림한마당 태권도 공연 모습 [사진 = 광성드림학교]

섬김으로 확장되는 세계관
광성드림학교 교육의 뿌리에는 ‘독서’가 있다. 모든 교과가 독서 기반으로 움직이며,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함께 독서 모임을 하며 ‘독서 챌린지’를 지속하고 있다. 사교육 없이도 탄탄한 학업 역량을 발휘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예스24와 소년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전국 초등 독후감 대회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교장실에는 각종 우승기가 가득하다.

박 교장이 자랑하는 또 다른 특색 프로그램은 ‘우리 땅 밟기’다. 하루 30㎞씩 걸으며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문제 해결력과 호연지기, 그리고 선후배 간의 진취적인 기상과 공동체성을 배운다.

이렇게 초등 6년, 중등 3년 동안 내면의 근육을 다진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시선을 세상과 이웃으로 돌린다. 고1 때는 네팔이나 몽골 같은 글로벌 험지를 찾아가 땀 흘려 봉사하며 시야를 넓히고, 고2 때는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깊이 연구하며 이웃을 위해 어떤 기여와 섬김을 실천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거치며 수많은 대안학교가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광성드림학교는 흔들리지 않았다. 박 교장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감사한 시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20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아이를 학교로 모으는 양적 증설보다는 우리가 가진 건강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다른 가정과 지역사회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질적 나눔’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학교의 학부모들은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만큼 주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선배 학부모가 후배 학부모에게 교육적 노하우를 전수하고 함께 연수하는 아름다운 문화는 광성드림학교만의 독보적인 자산이다.

여기에 더해 광성드림학교는 다음 20년을 향한 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준비 중이다.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의 뜻있는 학생들이 와서 함께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건립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이다.

박 교장은 “기숙사가 완공되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이 대안교육의 본질 안에서 더 깊은 공동체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다져온 이 소중한 교육적 자산과 희망의 모델들을 전국의 인재들과 나누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대안교육의 길을 더욱 넓고 깊게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성드림학교 외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