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700원 시대, 외식업계 '무인화' 가속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에 로봇·키오스크 도입 확산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식당까지 "선택 아닌 필수"

2026-07-31     박상준 기자

[고양신문]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되면서 고양시를 비롯한 전국 외식업계에 무인화와 자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1만320원보다 3.7% 인상된 금액으로,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223만6300원에 달한다. 장기화되는 내수 경기 침체와 더불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지역 외식업주들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로봇과 키오스크(무인 주문기)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고양시 주요 상권인 일산동구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일대 식당가를 취재한 결과, 서빙 로봇과 테이블 오더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페스타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과거 홀 서빙에만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했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서빙 로봇 2대를 도입했다"며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직원 한 명당 월 2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서빙 로봇의 렌털 비용은 월 30만~50만원 선으로 경제적 부담이 훨씬 적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무인화 기술 도입 선도

이러한 현상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과의 대면 소통을 중요시하며 키오스크 도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스타벅스조차 최근 무인화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강남, 명동 등 주요 상권 20여 개 매장에 최초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바 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외식 시장의 무인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 스타벅스 명동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고객 친화적 소통을 강조해 온 스타벅스도 최근 주요 매장에 무인 주문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조리 과정의 자동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고온의 기름을 다뤄 대표적인 기피 업무로 꼽히는 치킨과 햄버거 조리 과정에 로봇 투입이 확대되고 있다. 교촌치킨은 현재 전국 25개 매장에서 총 33대의 조리 로봇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3곳) 대비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BHC 역시 튀김 조리와 기름 제거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로봇 '튀봇'을 전국 40여 개 매장에 도입했다.

교촌치킨 매장 주방에 도입된 조리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있다. 튀김 공정의 자동화를 통해 작업자의 화상 위험을 줄이고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교촌치킨 제공.

롯데리아의 경우 일부 직영 매장에 패티를 자동으로 굽는 '알파그릴'과 감자튀김용 '보글봇'을 시범 운영하며 주방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맘스터치 또한 서비스 로봇 전문 기업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완전 무인 매장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GRS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 산업 박람회(NRA 쇼)에서 AI 로봇 기기 '알파그릴'(오른쪽 아래)을 활용한 햄버거 시식회를 진행하는 모습. 롯데GRS 제공.

심야 시간대 인건비 절감 위한 '하이브리드 매장' 등장

24시간 운영이 잦은 베이커리와 편의점 업계에서는 야간 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하이브리드 매장'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해 제품을 판매하고,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는 출입 인증기와 셀프 계산대 기반의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전국적으로 약 16개 매장이 이러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심야 시간대에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파리바게뜨 하이브리드 매장 전경. 가맹점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바게트 제공.

무인화 가속에 따른 과제, 일자리 감소와 디지털 소외 현상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식업체의 13%가 무인 주문기를 사용 중이며, 이는 2021년(4.5%)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액 5억원 이상 업체(20.6%)와 프랜차이즈 업체(30.2%)의 도입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수익 감소와 경기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소상공인발 고용 축소를 앞당기는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외식업계의 무인화는 점주들의 비용 절감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청년층의 단기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한 70대 주민은 "식당에 들어갔다가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주문을 포기하고 나온 적이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외식업계의 푸드테크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로봇과 무인 기기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기술 소외 계층을 위한 배려와 줄어드는 단기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