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인정한 '도심속 보물' 정발산

시민과학자 조병범의 우리 동네 새 이야기 (9) 정발산에서 번식하는 새들 흰눈썹황금새, 꾀꼬리, 대륙검은지빠귀 등 귀한 여름철새, 나그네새 번식 확인 사재정 연못엔 흰뺨검둥오리 '삑삑삑'

2026-07-31     조병범 시민과학자
정발산에서 번식한 꾀꼬리 어린새.
해마다 정발산을 찾아오는 여름철새 파랑새.

[고양신문] 정발산은 일산 한가운데 있고 해발 88m밖에 되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솥과 주발을 엎어놓은 모양과 비슷하다고 이름 붙인 산은 지하철역에도 이름을 나누었다. 양쪽에 시립도서관을 품고 있고, 구청과 교육청, 병원과 공연장같이 중요한 기관들이 붙어 있다. 정상에서 북한산을 바라볼 수 있고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이름하여 평심루(平心樓). 해맞이 명소라서 새해 첫날 평심루 둘레에서 여러 차례 해맞이한 기억이 있다. 
정발산은 산 아래 도로가 사방으로 둘러쳐져 있어 고립 생태계를 이룬다. 호수공원과 고봉산으로 생태 통로가 이어진다면 고양시의 중요한 생태 축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더라도 울창한 숲과 작은 연못, 약수터가 있거니와 생명체에 꼭 필요한 물이 있다. 물길은 크게 두 갈래이다. 하나는 공원 관리사업소 옆을 지나 양지마을 쪽으로 흐르고, 다른 하나는 아람누리 방향으로 흐른다. 아람누리 방향으로 흐르는 물길 옆에는 조선 중기의 큰 학자이자 청백리인 김정국 선생을 기린 사재정(思齋亭)이 있고 정자를 품은 연못이 있다.
한여름 정발산은 녹음이 짙다. 산에 들면 녹음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녹음의 품에 안긴 듯한 평안함으로 천천히 걸으면 파랑새 소리가 먼저 들린다. 파랑새는 여름 철새이다. 청록색 깃털에 검은색 머리, 붉은 부리와 다리가 강렬하다. 깃털 색깔만 강렬한 게 아니라 “꽉 꽉 꽈과곽” 소리가 유별나다. 나무 꼭대기에 앉았다가 지나가는 매미나 곤충이 있으면 날아올라 먹이를 잡는다. 하늘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거친 소리를 내는 파랑새는 해마다 정발산을 찾아오는 여름 철새의 대표 새 중 하나다.

정발산 평심루 지붕 아래에서 번식한 어치.

여름 철새 여러 종이 정발산에서 번식한다. 이번 여름에는 드문 여름 철새 흰눈썹황금새와 나그네새 대륙검은지빠귀 번식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정가요라고 알려진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에 나오는 꾀꼬리도 번식한다. 꾀꼬리는 노란 깃털 때문에 두드러지거니와 소리가 아름답다. 아름다운 소리만 내지는 않으니 “깨액 꽤액” “피유웅 피유웅”같은 기괴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어린 꾀꼬리가 내는 소리는 독특하다. 특히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어린 꾀꼬리 소리는 어미가 내는 소리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발산에서 여름 철새만 번식하는 건 아니다. 어치는 정발산에서 번식하는 텃새다. 산까치라고도 부르는 어치는 다른 새나 동물 소리를 잘 흉내 낸다. 어치가 흉내 내는 다른 새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까깍 까깍” 까치 소리를 흉내 내고 곧이어서 “까악 까악 까악” 큰부리까마귀 소리를 냈다. 물까치, 기러기는 물론 참매 소리 흉내를 들은 적도 있다. 영리한 어치가 올해는 평심루 지붕 아래에서 번식했다.

정발산 사재정 연못에서 번식한 흰뺨검둥오리 어린새.

산새뿐만 아니라 물새도 정발산에서 번식한다. 흰뺨검둥오리가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이다. 낙엽과 풀 속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암컷 홀로 품어서 부화시킨다. 알에서 깨어나 깃털이 보송보송 마르면 어린새는 곧바로 걸을 수 있다. 어미는 어린새 무리를 데리고 둥지를 떠나 물가로 옮긴다. 물을 마실 수 있고 목욕할 수 있으며 먹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발산 흰뺨검둥오리는 번식 과정 모두를 사재정 연못에서 치른다. 올해에는 1차 번식으로 여덟 마리 어린새가 살아남았다. 
흰뺨검둥오리 어린새가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소리를 내고 꼬물꼬물 꼬물꼬물 움직이며 먹이를 쫀다. 연잎 뒤에 날벌레가 있는지 쉬지 않고 연잎 뒤를 쫀다. 어느 순간 어미가 신호를 보냈는지 어린새 여덟 마리가 어미 곁으로 빠르게 모인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어미 곁에서 조용하던 어린새들은 다시 어미 허락이 떨어졌는지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소리를 내고 꼬물꼬물 꼬물꼬물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