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사 '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시·군 보조사업 불똥 우려

민생 예산 9개월치 편성 '충격' 취득세 급감·3기 신도시 세수 한계 세입구조 정상화위한 제도개혁 요구

2026-08-05     남동진 기자
5일 긴급 브리핑을 진행 중인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고양신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가용 재원 고갈과 취약한 세입 구조가 맞물려 단순한 긴축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이다. 이날 추 지사는 도지사 업무경비 삭감 등 4대 재정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경기도의 재정 위기가 공식화되면서, 고양시 등 도비 분담 비율이 높은 기초지자체의 재정 운용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가용 재원 고갈…민생 예산 9개월분만 편성
이번 재정 비상 선언의 배경은 심각한 가용 재원 부족에서 비롯됐다. 경기도는 2025년 발행 한도의 99.6%에 달하는 약 943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 목적이 정해진 각종 기금 5588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하기도 했다. 일례로 384억원 규모였던 남북협력기금은 340억원이 전용돼 현재 44억원만 남았다.

추 지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필수 민생사업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된 실태를 지적했다. 실제로 ▲노인장기요양(1234억원) ▲도교육청 급식비 지원(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291억원) ▲산후조리비 지원(80억원) 등 주요 사업의 3개월치 예산이 미편성 상태다.

당장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지면서, 도청 내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 부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추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미완(未完)의 미생(未生) 예산이다”라며 “그 대가는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현재의 재정 상황을 지적했다.
 

취득세 의존 구조의 한계… 3기 신도시 세수도 감소
이번에 발표된 재정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취득세에 편중된 세입 구조로 지목된다. 경기도는 전체 예산 약 41조7000억원 중 자체 활용 가능 재원이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방소득세 비중이 높은 서울시와 달리,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민감한 취득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추 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1조원에 달했던 취득세 수입은 올해 8조원으로 약 30% 급감했다.

고양 창릉지구 등 3기 신도시 개발 방식도 재정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개발 방식으로 인해 당초 6500억원으로 예상됐던 관련 취득세 수입은 2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소방 등 기반시설 확충 비용은 도가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5년간 고령 인구가 60만 명 이상 급증하며 복지 예산 비중이 전체의 49%에 달하는 등 지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지사 경비 삭감 등 4대 재정 정상화 방안 발표
때문에 추 지사는 "오늘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다"며 위기 타개를 위한 4대 재정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도지사 등 고위공직자 업무 경비 감액 및 세출 구조조정 ▲일회성·선심성 행사 등 낭비성 예산 차단 ▲공공기관 및 도청 조직의 효율적 재배치 등이다.

세입 구조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도 정부에 요구했다. 지방소비세 확충, 기업 유치에 따른 법인지방소득세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완화 등이 골자다. 다만 추 지사는 “재정 위기를 이유로 민생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취약계층 보호와 도민 안전을 위한 필수 예산은 지키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도비 매칭 사업 타격 우려… 고양시 등 기초지자체 불똥
경기도의 재정 위기 선언은 고양시 등 기초지자체의 재정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각종 돌봄 수당 등 도비와 시비가 함께 투입되는 주요 매칭 사업의 경우, 도비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지연되면 그만큼 시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 조성을 앞둔 고양시는 신도시 관련 기반시설 확충에 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가 신도시 개발에 따른 세수 확보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을 지적한 만큼, 고양시 역시 이와 유사한 재정적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