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 뉴딜’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2026-08-06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1933년 미국은 절망의 한가운데 있었다. 대공황으로 실업률은 25%에 달했고, 청년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일할 곳을 잃었다. 기업은 투자를 멈췄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실업 문제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았다. 그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가 바로 뉴딜(New Deal) 정책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뉴딜을 단순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뉴딜의 핵심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환경보존단(Civilian Conservation Corps, CCC)이다.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국립공원과 산림으로 들어가 나무를 심고, 산불을 예방하며, 등산로를 만들고, 하천을 정비했다. 그들이 심은 수십억 그루의 나무는 오늘날까지도 미국의 숲을 이루고 있다.

또 다른 뉴딜 기관인 공공사업진흥국(Public Works Administration, PWA)과 공공사업촉진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 WPA)은 도로와 교량, 학교, 병원, 공항, 상하수도 시설을 건설했다. 특히 WPA는 약 850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도서관과 극장, 공공미술, 작가와 음악가 지원 사업까지 추진했다. 뉴딜은 토목공사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까지 일자리 정책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루스벨트는 경제 회복의 출발점은 소비가 아니라 고용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임금이 지급되어야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야 기업이 다시 투자한다. 그래서 실업 문제는 단순한 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결돼야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도 인공지능(AI) 산업이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개발 지원, 기업 보조금,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지금 일자리를 잃고 있는 청년과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고용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AI 산업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자동화를 확대하면서 일부 직종의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I 산업 육성과 함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 창출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루스벨트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그는 AI 기업에 대한 지원에만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지역 제조업 경쟁력 강화, 산림과 하천 관리,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저감 사업, 신재생에너지 확대, 도시재생, 통합 돌봄서비스 등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에서 청년과 시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고양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창릉신도시와 일산테크노밸리 개발 과정에서 지역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관내 대규모 건설과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는 지역 건설업체가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집행해야 한다. 하천과 공원 정비 사업도 지역 업체와 시민들에게 새로운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 태양광 연금 사업과 탄소중립 정책은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지역 문화예술인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관광자원 개발 역시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투자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투자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중앙정부 정책을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를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가치다. 

뉴딜이 오늘날까지도 위대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경제성장률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라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정부는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을 방관만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산업에 대한 투자만이 아니라, 지역의 실업과 제조업 불황에 적극 대응하는 것, 시민들이 일할 수 있는 '고양형 뉴딜'이다. 고양시는 시민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정부여야 한다. 그것이 90여 년 전 루스벨트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며, 오늘날 지방정부가 시작해야 할 정책의 출발점이자 목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