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질 수 없는 민족의 공동유산

안재영의 우표로 북한읽기(9) -국가유산정책 북, 남북 관련 우표 모두 삭제했지만 수쳔년 역사‧문화 동질성은 못 지워

2026-08-10     안재영 DMZ평화교육원 대표
금강산 삼선암 우표

[고양신문] 대한민국은 2026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17개의 등재유산(자연유산 2개, 문화유산 15개)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조선(북한)은 2000년대 들어 세계유산 등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서, 2026년 현재 고구려 고분군(2000년)과 개성 역사유적지(2013년), 2025년에 복합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을 포함해 3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이 세계유산등재에 성공한 금강산의 경우, 자연유산과 문화유산(불교문화와 유적)이 결합되어 있는 한반도 최초의 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남북이 공동으로 세계유산을 등재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2018년 11월에는 남북이 최초로 ‘씨름’을 공동등재했다.
조선은 202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선언한 이후, 남쪽과 관련된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지난 80년동안 발행됐던 남쪽 관련 우표들, 예를 들면, 한반도 지도가 나오는 우표, 평화통일 관련 우표,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 민족대단결과 독도 관련 우표들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하지만, 남북이 분단된 지난 80년 동안 발행됐던 위 우표들을 삭제한다고 해서, 남과 북이 수천 년 함께 살아왔던 공동의 문화와 역사적 실체들까지 없었던 일로 지워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수천 년을 함께 울고 웃으며 지켜온 남북의 자연, 문화, 역사 동질성은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1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538호에서 채택된 ‘민족유산보호법’ 내용을 살펴보면, 제1조(민족유산보호법의 사명)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민족유산보호법은 민족유산보호관리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민족유산을 원상대로 보존하고 옳게 계승발전시키며 인민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는데 이바지한다.”, 제2조(민족유산의 정의)에서는 “민족유산은 우리 민족의 유구한 력사와 찬란한 문화전통이 깃들어있는 나라의 귀중한 재부로서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으로 구분한다.

물질유산에는 원시유적, 성, 봉수대, 건물, 건물터, 무덤, 탑, 비석, 질그릇 및 도자기가마터, 쇠부리터 같은 력사유적과 로동도구, 생활용품, 무기, 조형예술품, 고서적, 고문서, 인류화석 같은 력사유물이 속한다.
비물질유산에는 구전전통과 표현, 전통예술, 사회적관습과 례식 및 명절행사, 자연과 우주와 관련한 지식과 관습, 전통수공예 같은 것이 속한다.
자연유산에는 이름난 산, 호수, 폭포, 계곡, 동굴, 바다가, 섬 같은 명승지와 여러가지 특이한 동식물, 화석, 자연바위, 광천 같은 천연기념물이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의 국가공휴일만 보더라도 18일의 공휴일 중에 남북이 함께 공유하는 민속공휴일이 설명절(1월 1일), 정월대보름(1월 15일), 청명절(양력 4월 4일 또는 5일), 단오절(5월 5일), 추석(8월 15일) 등 5개씩이 존재하는데 오랜 세월 동안 남북이 동일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온 이런 명절까지 없앨 수 있겠는가?
조선에서 유산정책을 국제기준에 맞춰 새로 정돈하면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조선의 유산’들은 단순히 보존되고, 보호되는 정책을 넘어서 관광객 유입 확대를 통해 국가이미지 홍보과 외화획득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조선의 국가지정유산은 위에서 언급한 세계유산등재 3건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아리랑민요(2014), 김치만들기 전통(2015), 씨름(2018), 평양냉면풍습(2022), 조선 옷차림풍습(2022)등 5건과, 세계기록유산으로 조선무예도보통지(2017), 혼천전도(2023)등 2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9), 칠보산(2014), 금강산(2018) 등 5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백두산(2025)이 등재되어 있다.
1972년 첫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2018년까지 남북은 지키고 실행하면 쌍방이 모두 공존, 공생, 공영할 수 있는 여러 사안을 협의하고 합의했다. 하지만 조선에서 그토록 바라고 기대했던 공동선언에 대한 대한민국에서의 구체적인 실천과 법제화는 유감스럽게도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타국과의 정상회담 시 발행하는 통상적인 정상회담 기념우표 한 장만 달랑 발행했을 뿐이다. 반면, 조선은 2000년 6·15선언 이행, 2007년 10·4선언 이행을 바라는 기념우표를 수십 차례 발행하면서 ‘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그동안 남과 북의 정상 사이에 서명한 평화적인 두 국가로 살아가기 위한 합의사항에 대해 법제화나 실행이 있었더라면 현재와 같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6.15선언 우표
씨름 우표
팔만대장경 우표
훈민정음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