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사리현2교 “새 다리 완공돼도 기존 다리 존치했으면”
80년대 북한 구호품 시멘트로 만든 다리
마을주민 “리모델링해 보행교 활용” 제안
경기도 “다양한 가능성 검토하겠다”
고양시 “존치할 근거 찾기 어려울 것”
[고양신문] 경기도가 진행하는 고양시 공릉천 지방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신설 교량 완공 후 철거가 예정된 사리현2교를 존치하자는 요구가 주민들로부터 제기됐다. 새 다리가 완공된 이후에도 기존 다리를 철거하지 말고 주민 여가와 휴식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경관 보행교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요청은 경기도의회에서도 언급됐다. 도의회 건설교통위 김해련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7)이 경기도 건설국 하천과의 사업현황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존 교량을 철거하기보다, 도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의원은 “사리현동과 고봉동 등 인근 주민들은 공원과 휴식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기존 교량을 보행 전용교량으로 리모델링하고 벤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면 새로운 수변쉼터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에 만들어진 기존 사리현2교는 공릉천 고양시 구간 하류에 있는 다리로, 공릉천을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일산동구 고봉동·사리현동, 동쪽으로는 관산동·내유동을 이어주는 작은 교량이다. 파주시에서 통일로를 따라 고양시로 진입해 내려오다가 고골교차로 지나 공릉천 방향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사리현2교를 만날 수 있다.
다리는 공릉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규모가 가장 협소하다. 폭이 4m밖에 되지 않아 양방향 차량 교행이 불가능해 건너편에서 오는 차량을 기다렸다가 다리에 진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리현동과 관산동 등을 이어주는 요긴한 연결로라 통행 빈도가 매우 높다. 이에 경기도는 공릉천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폭이 넓고 교각 높이가 높은 새로운 다리를 만들고 있다.
주민들은 “새 다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의 다리를 굳이 없앨 필요는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고봉2통장을 지낸 이찬희 러브공릉천(환경봉사단체) 대표는 “같은 공릉천 수변인데, 신원동이나 관산동에 비해 하류인 사리현동, 지영동 지역은 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친수시설이 거의 없다. 기존 다리에 구조적 문제가 없다면, 굳이 철거하지 말고 휴식과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시설로 활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민들이 사리현2교 존치를 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1984년 서울 한강 대홍수 당시 북한으로부터 구호물품으로 전달받은 시멘트로 만든 다리라는 역사성 때문이다. 당시 냉전이 지속되며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국면에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쌀, 옷감, 시멘트, 의약품 등 구호물품 지원을 제안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며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한 시대의 중요한 기억을 작은 다리가 품고 있는 것이다.
이찬희 대표는 “마을의 나이 든 토박이들은 이 다리가 북한의 시멘트를 지원받아 만들었다는 사실을 다들 기억하고 있다. 흥미로운 향토사료로 남겨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련 도의원 역시 “충북 제천의 옛 청풍교, 경남 창원의 옛 저도연륙교 등 신설 교량을 만든 후 기존 교량을 철거하지 않고 보행관광시설로 전환한 사례가 이미 있다”고 말했다.
교량 관리주체인 고양시는 존치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일산동구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치수와 안전을 목적으로 신설 교량을 만드는 것인데, 하천 흐름을 방해하는 기존 교량을 남겨둔다는 것은 사업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에 존치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천정비사업 주체인 경기도 하천과는 도의회에서 제기된 김해련 의원의 제안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