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처럼 고립된 벌말 “신도시 추가 편입 하루빨리 결정됐으면”

[현장체크] 매년 수해 걱정하는 벌말 주민들

2026-08-13     유경종 기자

주변에 펜스 둘러지고, 마을길 모두 끊겨
지대 낮아 큰비 내리면 침수 피해 반복
민 시장 “편입 필요” 언급, 기대감 높아져   

상습 침수구역인 벌말 저지대에는 여름철이면 도랑으로 물을 퍼내는 펌프(왼쪽)가 상시 가동준비 중이다. 

[고양신문] 덕양구 화전동 벌말지역은 7월 중순 쏟아진 집중호우에 주택 10여 채가 침수 피해를 입으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울시 경계에서 불과 2.5㎞ 떨어진 마을이 하룻밤 내린 비에 물에 잠긴 모습이 방송에 앞다퉈 보도됐다. 

수해 이틀 후에는 민경선 고양시장이 벌말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 앞에서 “창릉 신도시 포함 등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에는 LH고양사업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민 시장이 “상습 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벌말마을을 창릉신도시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직접 언급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에는 정말 추가 편입이 결정되나?”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창릉신도시 수용구역이고, 중앙에 섬처럼 공백으로 남은 곳이 화전 벌말지역이다. 

도시재생-개발사업 충돌로 수용에서 제외 

창릉신도시 예정부지 지도를 보면, 한가운데에 공백이 보인다. 고립된 섬처럼 수용에서 제외된 마을이 바로 벌말이다. 벌말이 창릉신도시에 편입되지 못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대 후반 국토부가 주도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3기 신도시 개발이라는 두 개의 굵직한 국책사업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벌말지역이 도시재생 사업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2017년 12월, 창릉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시점은 2018년 9월이다. 앞선 사업이 이미 시작된 시점이라 벌말이 개발구역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사방이 창릉신도시 수용지역에 둘러싸인 고립된 마을이 되고 말았다.

난감한 상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0년부터 국토부와 LH, 고양시가 벌말을 창릉신도시에 추가 편입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매듭짓지 못한 도시재생사업에 발목이 잡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동환 시장이 취임한 후에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전 시장이 벌말을 창릉신도시에 추가 수용해 자신의 주요 공약인 ‘창릉지구 제2호수공원’을 조성해 줄 것을 LH에 요청했지만, LH와 경기도는 “공공주택용지 추가확보 조건으로만 벌말지구의 추가 편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벌말교회에서 만난 강대석 목사(오른쪽)와 마을 주민 김완진씨. 

“희망고문 그만…조속히 결정 내려줬으면”

벌말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은 “무책임한 행정 충돌로 주민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마을에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최장현씨는 “뉴딜사업도 창릉신도시도 다 국토부가 진행하는 사업인데, 내부 조율이 신속히 진행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김완진씨는 “전임 시장이 본인 공약을 LH에게 떠넘겨 성과를 내려고 고집을 부리다가 시간만 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벌말은 편입이 늦어지며 주거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주변에는 펜스가 둘러지고, 마을과 연결된 도로는 화랑로 하나만 남겨두고 모두 폐쇄됐다. 창릉천 제방보다 지대가 낮아 여름마다 침수 피해를 겪고 있지만, 편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이 손을 놓고 있다. 

벌말에서 자동차정비업을 하고 있는 최장현씨.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장현씨는 “벌말만 빼놓고 주변 지역이 모두 개발예정부지로 편입되면서 인근에서 정비소를 찾아오던 손님이 아예 끊어졌다”고 말했다. 식당들도 모두 같은 처지다. 바로 앞 군부대(30사단)도 사라져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다. 

벌말에서 23년째 목회를 하며 화전동 주민자치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강대석 목사는 “초기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수용과 존치 의견이 갈렸지만, 주변에 다 펜스가 둘러진 지금은 대다수가 조속한 추가 수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희망고문을 하지 말고, 조속히 편입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전 결정돼야 타이밍 안 놓쳐  

그렇다면 벌말의 창릉신도시 추가 편입 논의는 실제로 얼마나 진도가 나간 것일까. 고양시 신도시정비과 담당자는 “추가 편입 문제는 LH 본사가 주관하는 사안이라, 8월 말경 현안회의를 갖기 위해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회의를 통해 LH의 안을 들어보고, 고양시의 입장을 마련해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선 시장이 의지를 표명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다만 ‘제2호수공원’이라는 전임 시장 시절의 전제조건이 사라진 셈이라 의견 접근이 빠를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가 편입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는 우려에 대해서 신도시정비과 담당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벌말 주변이 아직 공사가 착공되지 않은 구간이라, 내년 상반기 전에 결론이 나면 주변 지역과의 동시 착공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벌말과 연결된 도로는 옛 30사단 앞을 지나는 화랑로만 빼놓고 모두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