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고양시 도시재생, 재설계해 다시 시작해야

[특별기고] 송규근 경기도의원(효자·삼송1·2·창릉동)

2026-08-13     송규근 경기도의원

[고양신문] 고양시 도시재생은 한때 우리나라 기초지방정부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된 정책 실험 가운데 하나였다. 원당, 화전, 삼송, 일산, 능곡, 5개 권역에서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한 시설 정비가 아니라, 쇠퇴한 생활공간에 공동체 기능과 생활기반시설, 지역 활력의 거점을 다시 심는 장기 공공정책이었다. 그러나 민선 8기 이동환 전 시장 취임 이후 이 사업들은 중단되거나 축소됐고, 정책 일관성의 붕괴와 공공자원의 낭비로 귀결됐다. 

담당부서 제출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도시재생사업의 총사업비는 원당 약 83억4000만원, 화전 약 267억7000만원, 삼송 약 150억원, 일산 약 180억2800만원, 능곡 약 161억67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수년간 계획을 축적하고 국도비를 확보해 추진해 온 사업을 충분한 대안 없이 흔든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이미 확보한 국도비를 반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현재 반납 절차가 예정된 규모 역시 매우 크다. 능곡은 국도비 합계 약 14억3000만원, 삼송은 약 74억원, 화전은 약 74억원 수준의 정산반납액이 예정돼 있다. 이를 합하면 현재 반납 대상 국도비는 총 약 163억원(국비 약 134억원, 도비 약 28억원) 규모에 이르며, 여기에 별도 이자액이 추가될 수 있다. 삼송과 능곡은 2026년 3회 추경을 통해, 화전은 정산금액 확정 후 2026년 4회 추경을 통해 반납 절차를 추진한다는 것이 집행부의 설명이다. 결국 시민의 삶터를 회복하겠다며 힘들게 확보한 공적 재원을, 행정 혼선 끝에 다시 돌려주게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동환 전 시장에 대한 엄정한 비판은 불가피하다. 도시재생은 단년도 치적사업이 아니다. 주민 신뢰, 중앙정부 협의, 지방비 매칭, 현장 운영체계, 공간기획이 장기간 축적돼야 비로소 성과를 내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민선 8기 행정은 충분한 대안과 설득 없이 기존 사업을 중단·축소했고, 그 결과 막대한 행정적·재정적·시간적 낭비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책임은 엄중하다 할 것이다. 정책은 취향이 아니라 책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과거 사업을 무조건 원형 복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선 9기에서는 더 발전된 방식의 재개가 필요하다. 첫째, 사업지별 기능 재정립을 전제로 한 선별적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화전은 산업·기술 연계형 거점, 삼송은 생활환경 및 상권 회복형, 능곡은 생활문화·보행환경 회복형처럼 지역별 목표를 분명히 달리해야 한다. 둘째, 반납 최소화와 회수 가능성 확대를 위한 재정·사업 구조의 재협상이 필요하다. 이미 투입된 예산과 조성된 시설이 사장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연계사업, 전환사업, 단계별 복원 방안을 적극 협의해야 한다. 셋째, 주민 체감성과 운영 책임성을 함께 확보하는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건물을 짓는 데서 끝나는 재생이 아니라, 운영주체, 성과지표, 사후관리 계획까지 결합된 생활권 단위 재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양시 도시재생의 문제는 과거를 둘러싼 정쟁이 아니다. 도시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행정이 한번 끊어버린 정책의 시간을 어떻게 다시 잇고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진단이고, 방치가 아니라 재설계이며,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멈춰선 고양시 도시재생은 다시 움직여야 한다. 다만 이번에는 더 정교하게, 더 책임 있게, 그리고 시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남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송규근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