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약초 사이, 까마중의 두 얼굴
[김경훈의 풀꽃이야기] 서부민통선 식물 (10)까마중과 미국까마중 관점에 따라 식물의 가치 달라져 미국까마중, 비슷하지만 다른 식물
[고양신문] 농경의 발달은 인류가 크게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만, 수렵과 채집을 하던 본능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면 잡으려 하고, 야생에서 열매를 발견하면 먹을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입으로 가져갑니다.
과거 생태교육에서도 소리를 듣고,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직접 먹어보는 오감 체험이 유행처럼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보호로 야외에서 무엇인가를 만지거나 먹어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산딸기처럼 특별한 문제가 없는 열매도 선뜻 먹지 못하는데,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까마중이라면 생태교육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습니다.
까마중은 가지과(Solanaceae) 식물답게 솔라닌을 비롯한 글리코알칼로이드 계열의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은 식물의 부위와 열매의 성숙 정도에 따라 함량이 달라지므로, 완전히 익은 열매라고 해서 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덜 익은 열매를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까마중이 예부터 사람이 전혀 먹지 못했던 식물은 아닙니다. 까마중의 열매는 익으면 검게 변하고, 살짝 신맛과 단맛, 특유의 맛이 납니다. 밭 주변이나 길가, 빈터, 집 주변의 화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어 군것질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간식거리였습니다. 반면 잘 자라고 쉽게 번지는 까마중은 농부들에게 뽑아내야 할 잡초이기도 했습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열매로 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토마토와 가지 역시 까마중과 같은 Solanum속 식물이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까마중이라는 이름은 검게 익은 열매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검은 열매가 까까머리를 한 중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작은 열매의 모습을 보고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까마중은 식용뿐 아니라 약재로도 이용되었습니다. 열매와 식물체를 용규(龍葵), 고채(苦菜), 수가(水茄) 등의 이름으로 부르며 생약으로 이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기록에 나타나지 않다가 19세기 무렵부터 기록되기 시작해 언제부터 자라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까마중은 너무나 흔해 토종식물처럼 보이지만,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외래식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착농경과 함께 들어온 사전귀화식물이거나 개항 이전에 유입된 고귀화식물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까마중과 함께 흔히 관찰되는 미국까마중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신귀화식물입니다. 두 식물은 모습과 열매가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지만, 열매의 표면과 꽃차례를 살펴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까마중의 열매는 비교적 광택이 없는 반면 미국까마중은 반짝이는 광택이 있습니다. 꽃차례 역시 까마중은 꽃자루에 꽃이 어긋나게 달리는 반면, 미국까마중은 꽃자루 끝에 여러 꽃이 모여 달립니다. 최근에는 유럽 원산의 노랑까마중도 발견되고 있는데, 이름처럼 열매가 노란색이라 일반적인 까마중과 쉽게 구분됩니다.
까마중을 보고 있으면 식물의 가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부에게는 뽑아내야 할 잡초였지만, 과거 아이들에게는 간식거리였고, 누군가에게는 약재였습니다. 식물학자에게는 귀화식물이고, 생태교육을 하는 사람에게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식물입니다.
같은 식물이라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잡초가 되기도 하고 약초가 되기도 합니다. 흔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까마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과 식물의 오랜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