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좌서 출발해 '리더들의 모임'으로

김진이의 책읽는사람들 13 마두산책북클럽

2026-08-20     김진이 객원기자

회원 모두가 독서토론 강사로 활약
격주 토론, 매주 금요일 밤엔 낭독 

온라인으로 만나는 책모임. 마두산책북클럽은 2021년 고양시립 마두도서관의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첫 장을 열었다. 최유진 제공

[고양신문] 마두산책북클럽은 2021년 고양시립 마두도서관의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첫 장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이 쉽게 만나지 못하던 시절, 화면 너머로 자리를 잡은 줌(Zoom) 모임은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까지도 이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방식으로 남아 있다.

"회원들이 지축부터 탄현까지 고양시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온라인 모임이라 거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멀리 해외에 있는 회원까지도 같은 시간 하나의 화면 앞에 마주 앉을 수 있으니까요."

오가는 시간과 장소에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그 시간은 온전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쓰였다. 대면 모임이었다면 함께하기 어려웠을 회원들도 이 방식 덕분에 꾸준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다져진 시간은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또 다른 책모임의 손을 잡아 이끄는 리더로 자라게 했다. 마두산책북클럽은 이제 지역의 중견 독서모임이자, 회원 다수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책과 사람을 잇는 ‘리더들의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으로 모이지만 1년에 몇 번 오프모임을 하기도 한다. 최유진 제공

이 모임의 리더인 최유진씨는 고양시에서 33년째 살고 있다. 전업주부로 지내던 중 마두도서관에서 독서토론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책모임에 발을 들였다. 최씨는 독서모임 외에도 4년째 수어동아리 ‘손그라미’에서 활동하며 도서관, 학교, 유치원을 찾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수어 노래와 아동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 무료 공연은 최근 21회를 넘겼다. 한국장애인재단과 알라딘이 함께 운영하는 ‘지니서포터즈’ 목소리 봉사단에도 참여해, 성북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드는 일에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최씨를 비롯한 마두산책북클럽 회원들은 저마다 또 다른 책모임을 이끄는 리더로도 살아가고 있다. 회원들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먼 지역의 도서관을 오가며 독서토론리더 양성과정 전문가 코스를 함께 수료했다. 혼자였다면 망설였을 먼 길도, 함께였기에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정선아 회원은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위로받고 힘을 얻게 도와준 게 산책당이었다"고 말했다. 고소현 회원은 "인생의 다정한 동반자를 얻었다"고 밝혔다.

책모임을 통한 배움은 지역의 초·중학교와 도서관, 문화재단 등에서 아동과 성인, 시니어를 만나는 독서토론 수업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각자 좋아서 시작한 책읽기였지만, 함께 공부하고 수료한 과정이 회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활동 무대를 열어준 셈이다. 도서관 소모임에서 쌓은 경험이 지역 사회의 다른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례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촉각그림책 『나의 비닐봉지』를 손수 만들어 서울맹학교에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365 자원봉사’에 정식 봉사단체로 이름을 올렸고, 복지관과 아동돌봄센터를 찾아가는 독서토론 봉사도 준비하고 있다. 배움을 나누는 활동의 영역이 도서관 밖으로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발산동 '너의 작업실'에서 김호연 작가와의 만남. 최유진 제공

책모임의 일상적인 활동도 꾸준하다. 격주 월요일 오전에는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6개월 단위로 선정해 온라인으로 토론한다.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함께 읽었다. 이와 별도로 매주 금요일 밤에는 분량이 긴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 모임도 열린다. 이 모임을 통해 『코스모스』, 『총·균·쇠』, 『모비 딕』을 완독했고, 현재는 『일리아스』를 읽고 있다. 송선옥 회원은 "올해 다시 일을 시작해 바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연차를 내서라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격주 토론과 매주 낭독이라는 두 개의 리듬이 겹치며, 회원들의 한 주는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흘러간다. 온라인이라는 형식은 이 리듬을 끊기지 않고 이어가게 해준 바탕이었다. 화면 너머 작은 만남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이제 고양시 곳곳에서 책과 사람을 잇는 손길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