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환경운동

[높빛시론]

2026-08-22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최근 해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금년 여름이 내 생애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할 정도로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운동은 대중적 동력을 잃고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환경운동이 과거의 단순한 자연보호 활동을 넘어, 복잡한 사회·경제적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환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1990년대와 200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앞두고 환경운동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은 현재의 환경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시기 환경운동 침체하고 있는 원인은 첫 번째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에 대한 대안 부족 문제이다. 현재의 기후위기 담론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미래 세대의 생존권이나 탄소 중립과 같은 거시적 문제 위주로 논의되면서 당장 폭염이나 주거 빈곤으로 생존 위협을 겪는 저소득층,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기후 약자들의 목소리가 운동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환경문제와 일자리의 충돌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탈탄소 경제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축소 등은 필연적으로 전통적 산업 구조의 해체를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위협받게 되며, 일자리의 문제를 충분히 껴안지 못한 환경운동은 노동 계층의 반발을 사게 되어 대중적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들이 당면한 문제이다. 

다음으로는 환경운동 조직의 제도화와 현장과의 괴리이다. 2000년대 이후 많은 환경단체들이 점차 기구화되고 권력화되거나 주요 활동가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은 현장 중심의 역동적인 대중운동 성격을 잃어버렸다. 또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체제 변화 없이 ESG 경영이나 친환경 마케팅을 표방한 그린워싱으로 이미지만 소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환경운동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냉소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아울러 기후변화 문제를 거대 화석연료 기업이나 국가 시스템의 책임보다는 개인의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줄이기 등과 같은 개인의 윤리적 실천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는 개인이 아무리 일상에서 노력해도 거대한 기후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심리적 무력감과 기후 우울증을 유발하여 시민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환경운동은 환경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 차원의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환경운동 침체는 많이 아쉽기만 하다. 따라서 환경운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운동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기후 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불평등과 인권 문제로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약자들이 겪는 폭염·한파 피해, 노동자의 기후 관련 노동 환경, 농민의 생존권 등 기후 불평등 요소를 정밀하게 파악하여 취약 계층이 자신의 당면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현장 중심의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두 번째 노동과 연대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과 희생을 전제로 한 녹색 전환은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기후 위기 극복은 노동조합 등과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화석연료 산업 노동자들이 친환경 산업으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녹색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풀뿌리 대중운동이나 기업의 자발적 선의에 기대거나 소수 전문가 중심의 정책 옹호에 머물러서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심화의 근본 원인인 경제발전 및 이윤 중심 체제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는 체제 전환적 관점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술적 목표를 넘어, 녹색 일자리 창출,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기후 기본소득 등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을 제시해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기후위기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특히 자국 이익만을 위한 강대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인해 지구 차원의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책 추진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운동까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지구 전체의 현안이다. 이를 위해 현재 환경운동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많은 시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환경운동 방향 설정과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