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밖 공사비 조합 부담 '부당'...능곡1구역, 대법원 승소
삼성지하차도 공사비 떠넘긴 고양시 행정 제동
정비구역 밖 27m 구간 옹벽 공사비 위법 인정
지연이자 포함 약 19억원 조합에 환급 전망
공공시설 설치비 전가 지자체 관행 한계 명시
[고양신문] 재개발 사업구역 밖 공공기반시설의 공사비까지 일선 조합에 부담시킨 고양시의 행정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자체가 정비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등을 이유로 구역 밖 공공시설 설치 비용을 전가하는 관행에 한계를 둔 판결로 풀이된다.
24일 고양 능곡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조합이 삼성지하차도 확장공사 비용과 관련해 고양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민사1부는 지난 21일 고양시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하며 조합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 지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능곡과 일산을 잇는 호수로 상의 ‘삼성지하차도’ 확장 공사비 부담 주체와 그 범위였다. 해당 지하차도는 주변 개발에 맞춰 2022년 왕복 4차로로 확장 공사가 진행됐다. 당시 전체 길이 410m 가운데 경의중앙선을 기준으로 일산 방향 170m는 고양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능곡 방향 240m는 재개발 사업 주체인 조합 측이 공사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합이 떠맡은 능곡 방향 240m 구간에 정비구역 외의 사업지가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로 불거졌다. 해당 240m 중 약 27m 구간은 능곡1구역 정비구역 밖에 위치했으며, 특히 이 구간에는 지하차도와 연결되는 옹벽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물 공사가 포함됐다.
이에 조합 측은 정비구역 밖에 위치한 공사비까지 조합에 부담시킨 것은 지자체의 부당한 행정 처분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2023년 고양시를 상대로 67억43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2024년 2월 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재판부는 고양시의 손을 들어주며 조합의 청구를 기각했다. 교통영향평가 등 관련 인허가 심의 내용에 지하차도 전체 공사 구간이 포함됐기 때문에 조합 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고양시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무리 교통영향평가 등에 포함됐다 하더라도 명백히 정비구역 밖에 위치한 27m 구간까지 조합의 당연한 사업 범위로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원 감정을 거쳐 구역 밖 해당 구간의 옹벽 등 구조물 공사비로 16억8000만원을 산정하고, 이를 고양시가 조합에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양시는 이 같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조합 측은 승소가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의 법정 지연 이자 등을 합산할 경우 고양시로부터 돌려받게 될 금액이 1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지자체가 재건축·재개발 인허가를 볼모로 구역 외 기반시설까지 무리하게 기부채납이나 공사비를 요구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린 의미 있는 사례”라며 “향후 고양시 다른 정비사업장들의 기반시설 협의 과정에도 합리적인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능곡1구역(대곡역 두산위브)은 덕양구 토당동 일대 4만519m² 면적에 조성됐으며, 최고 34층 높이의 8개 동, 총 643가구 규모로 지난 2023년 1월 준공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