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토위 부동의 무시한 산황산 골프장 증설 인가 위법… 고양시가 직접 취소해야”
[인터뷰] 이치선 법무법인 해우 대표변호사(녹색당 정책위원장)
부분의제 취소 거쳐 사업시행인가 직권취소해야
보호종 누락 부실 환경평가, 행정 조사 착수해야
재판 결과 미루지 말고 생태도시 비전 세워야
[고양신문] 산황산 골프장 18홀 증설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15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경선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재검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시 집행부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행정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사이 사업시행자는 미확보 토지를 제외하는 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는 등 사업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
본지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사업 문제와 관련해 민선 9기 고양시장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환경·행정법 전문가인 이치선 변호사(법무법인 해우 대표 변호사·녹색당 정책위원장)를 만나 민선 8기 당시 산황산 골프장 증설 인허가의 법적 하자 실태와 직권취소를 위한 구체적 법률 로드맵을 짚어봤다. 이 변호사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의 부동의 결정을 무시하고 강행된 증설사업 인가는 헌법상 공공필요성을 결여한 위법 행정”이라며 “고양시는 사법부 판결 뒤로 숨지 말고, 확립된 판례 법리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황산 골프장 증설사업에 대해 법률가이자 환경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시 한가운데 남은 숲을 개발하는 행위는 극히 예외적으로 중대한 공익적 필요가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불가능하며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공유해야 할 공동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고양시와 인근에는 이미 여러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법정보호종이 다수 서식하고 식생이 우수한 산황산을 밀어내면서까지 골프장을 늘려야 할 공익적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단순한 찬반 갈등이 아니라, 행정이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지켰는지에 대한 법치주의의 문제다.
❚고양시는 현재 시민단체의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이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적으로 타당한 접근인가.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다. 헌법상 법치주의와 행정기본법 제8조에 규정된 ‘행정의 법률적합성 원칙’에 따라, 행정청은 잘못된 행정을 발견하면 스스로 바로잡아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법원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지만 소극적으로 심사할 뿐, 행정의 공익적 타당성을 스스로 교정해주지 않는다. 위법한 처분을 내린 고양시가 그 책임을 사법부에 떠넘기며 판결 뒤에 숨는 것은 공공행정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산황산 골프장 인허가 관련 주요 법적 쟁점>
1. 중토위 공공필요 부동의 무시 및 비교형량 결여에 따른 위법성
2. 실체적 요건을 결여한 토지수용권 인허가 의제 처분의 하자
3. 24종 법정보호종 조사 부실 등 환경영향평가 위법
4. 대법원 판례에 따른 실시인가 직권취소 방안
❚전임 이동환 시장 재임 시절 이뤄진 사업인가가 법률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사업은 주민의 땅을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토지수용권’을 사업자에게 준다. 다만 이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공공필요’가 엄격히 입증될 때만 가능하다. 과거에는 주된 인허가를 받으면 개별 법률상의 20여 개 인허가가 일괄 의제되는 점을 악용해 수용 요건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폐단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15년과 2018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을 개정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했다. 즉 이제는 중토위의 동의 없이 수용권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토위는 2025년 2월 말, 산황산 골프장 증설 사업에 대해 “공공필요성이 없고 사적 이익을 위한 사업에 불과하다”며 명백히 ‘부동의’를 통보했다. 그러함에도 고양시는 법에 따른 재협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2025년 6월 17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내줬다. 수용권의 전제조건인 공공필요가 사라졌는데도 시가 일방적으로 토지 수용권이 수반되는 인허가를 의제 처리한 것이다. 이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자 명백한 재량권 일탈·남용이다.
❚찬성 측은 인근 토지주의 재산권 행사나 골프 인구 증가에 따른 여가 편익을 공익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목적은 토지 소유자들의 사적 재산권 행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사업자가 내세우는 골프 이용 편익은 전체 시민이 누려야 할 환경권, 건강권, 휴식권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공익과 비교했을 때 부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산황산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현행법 체계상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될 수 없는 성격의 사업이다. 중토위가 사익 추구 사업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음에도 고양시가 이를 공익 사업으로 둔갑시킨 것은 법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
❚위법한 인허가를 바로잡기 위해 민경선 시장이 실행할 수 있는 ‘직권취소’의 법률적 절차와 단계는 어떻게 되는가.
복잡해 보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원칙이 명확하게 정리돼 있다. 보통 큰 개발 사업을 허가할 때는 세부적인 토지 수용이나 보상 권한 같은 필수적인 하위 허가들이 '패키지(의제 처리)'로 함께 묶여서 승인된다. 그런데 이 묶음 속에 법적으로 중대한 결격 사유나 문제가 있는 하위 허가가 포함돼 있다면, 행정청(고양시)은 법을 지키기 위해 문제가 된 세부 허가부터 먼저 취소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국토부 중토위는 “이 사업은 공익성이 없으니 강제 수용권을 주면 안 된다”고 명확히 거부했다. 따라서 본체 허가에 딸려 들어간 ‘강제수용 권한’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허가가 된 것이다. 결국 고양시장은 잘못 꿰어진 첫 단추인 수용 권한을 먼저 취소한 뒤, 주된 인허가인 사업시행계획인가 전부를 직권 취소하면 된다.
[직권취소의 단계별 법적 메커니즘]
1단계 (불법 부속 허가 취소): 고양시장은 법률 원칙에 따라 잘못 딸려 들어간 ‘토지수용 권한(의제 처분)’을 먼저 직권으로 떼어내 취소한다.
▼
2단계 (보완 가능성 판단): 수용 권한이 취소되었으니, 사업자가 다시 요건을 갖춰 중토위 승인을 받아올 수 있는지 본다. 중토위가 이미 공익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바뀐 사정도 없으므로 보완은 불가능하다.
▼
3단계 (전체 사업인가 취소): 대법원 판례는 ‘핵심 부속 허가가 취소되었는데 이를 다시 채워 넣을(보완할) 방법이 없다면, 본체 허가인 사업시행인가 전체를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논란도 지속돼 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하자가 확인되는가.
상식을 벗어난 부실 조사가 문서로 확인된다. 공공기관 문헌 조사에서는 수리부엉이,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2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업자 측은 자체 조사를 핑계로 19종을 제외하고 단 5종만 남겼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록에 나타난 현장 조사 기록이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양서류, 곤충에 이르는 방대한 생물군을 단 1명의 조사원이 단 3시간 만에 전부 조사했다고 적혀 있다. 전문가 한 사람이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산 전체의 식생과 동물을 조사했다는 것은 명백한 부실 조사다.
저감 방안 역시 전무하다. 조류는 ‘날아서 이동할 것’이라 적었고, 맹꽁이는 국가생태원 매뉴얼 두 페이지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었을 뿐 구체적인 대체 서식지 공간계획이 없다. 환경정책기본법상 국가가 조사한 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권역(개발 불가 지역)임에도 평가 항목에서 임의로 누락시켰다.
❚고양시가 환경영향평가 하자에 대해 즉각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는.
법원이 환경영향평가의 실체적 하자에 대해 사법 심사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을지라도, 처분청인 고양시는 다르다. 고양시장은 즉시 한강유역환경청에 해당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거짓·부실 작성 조사’를 공식 의뢰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 규정에 따라 환경청이 전문위원을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검증을 진행하도록 강제하고, 평가 대행업체에 대한 영업정지나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행정청이 가진 고유 권한을 적극적으로 발동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으로서 산황산의 가치와 향후 대안에 대해 제언한다면.
골프장이 들어서면 1300그루 이상의 나무가 벌목되고 토양이 훼손돼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탄소 배출 피해 조사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탄소흡수원 대체 조성 방안을 강제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사업자가 조사·평가·대안을 모두 도맡는 ‘선수가 심판을 보는 구조’는 개혁돼야 한다.
사업시행인가를 직권취소하면 2014년 지정된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10년이 지난 장기미집행 시설이 되므로 시가 이를 공식 폐지할 수 있다. 이후 산황산을 ‘시민 치유의 숲’이나 생태공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토지주들에게는 ‘그린트러스트(내셔널트러스트)’ 조례를 제정해 식생과 법정보호종을 보전·관리하는 역할을 맡기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상생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민경선 시장은 소송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법치행정의 원칙에 따라 직권취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산황산을 보전하는 것은 고양시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생태적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