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형 통합돌봄, 주민이 만든다
[높빛시론]
[고양신문] 동네 사거리에 서서 빌딩 한 층을 차지한 요양원을 바라본다. 여기는 밤에도 이리 분주한데 저기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은 지금 침대에 누워계실 거다. 잠들었을까, 아니면 창밖 사람과 자동차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을까. 어쩌면 나중에 나도 저 곳에 누워 창밖을 응시하고 있지 않을까.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돌봄이 더욱 절실하건만 마음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내가 거동이 힘들어졌을 때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그래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단어에 사람들 마음이 꽂혔다. 저 제도가 도입되면 내가 사는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겠지하는 기대이다.
마침내 7년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3월 전국에서 통합돌봄이 시작됐다. 이때 통합돌봄은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기에 지자체가 어떤 통합돌봄을 구축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지방선거 이후 새 단체장이 내놓는 통합돌봄 방안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다.
8월 19일, 민경선 고양시장이 추진할 통합돌봄 설계도가 나왔다. 민경선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활동백서에서 시민들의 돌봄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고양형 서로돌봄’ 체계를 제시했다. 백서는 고양시정 비전의 하나로 '돌봄의 가치를 키우는 도시'를 선언하고, 추진전략에서 '통합돌봄 모델도시'를 제시한다. 돌봄이 지닌 시대적 절박함을 담은 담대한 포부이다.
같은 날, 고양시 사회연대경제통합돌봄추진단 주관으로 ‘고양형 통합돌봄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 130여 명이 꽉 메운 뜨거운 열기의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고양형 통합돌봄 방안을 “정책계획상으로는 기존의 광명, 부천 등 모범사례보다 진일보”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오래전부터 전국의 통합돌봄 시범사업 지자체들을 꼼꼼히 살펴봐왔던 그는 왜 고양을 ‘진일보한 모범사례’로 주목했을까. 다만, 그는 기대를 표하면서도 “착실히 실행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말 고양은 이 방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우선 고양형 통합돌봄체계는 ‘모범 설계도’로 불릴 만하다. 돌봄 주관 부서가 현재는 복지정책과 아래 통합돌봄팀인데 백서는 두 단계 격상해 통합돌봄국을 검토한다. 기존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등을 모두 포괄해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통합돌봄 컨트롤타워 민관협의체로 고양통합돌봄단을 구성한다. 여기에는 책임공무원, 보건소, 의료·복지기관뿐만아니라 사회연대경제, 주민조직도 참여한다. 김 소장이 특히 주목한 건 ‘주민주도 서로돌봄망’이다. 생활권마다 설립되는 돌봄마을센터에서 다양한 돌봄들이 연계되고 주민들은 돌봄교육을 이수해 주민돌봄활동가로 성장하며 주민들의 서로 돌봄을 독려하기 위해 주민돌봄수당도 신설된다. 나아가 고양시 600개 경로당은 동네 ‘건강사랑방’으로 확장해 노인들의 건강, 교육,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해 간다.
관건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고양시의 흔들림없는 사업 추진은 기본 전제이다. 고양시 의회도 부서 개편, 예산 편성 등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마 가장 어렵고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과제는 서로돌봄의 풀뿌리인 ‘주민 주체 형성’일 것이다. 현재 지역에는 주민자치회, 통장협의회, 여러 직능단체, 아파트입대의, 노인회 등 다양한 주민조직이 있다. 지난 토론회에서 청중들은 마을공동체 가치를 공유하면서 서로돌봄 활동에 나설만큼 마을에서 주민력이 형성되어 있는지 물었다. 나 역시 이 질문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 고양형 서로돌봄마을, 결국 통합돌봄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할 주민 스스로의 혁신에 달려 있다. 지역사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연대경제도 통합돌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수위 백서가 주민도 동장이 될 수 있는 ‘개방형 동장 임명제’,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 지원 확대, 사회연대경제 역할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어 주민들이 마음 먹고 움직이면 바람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고양 주민들이 서로돌봄 설계도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자. 도심 사거리 빌딩 요양원이 아니라 내가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