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점술 아닌 삶의 방향 알려주는 공부”

『주역』 강독하는 장중덕 원장

2026-08-27     정미경 전문기자

30년 수의사, 젊은시절부터 고전 공부
“다량의 정보 쏟아지는 AI 시대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 길러줘”
9월 7일부터 '건강넷'서 강의

장중덕 원장은 동물병원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고전 공부를 한다. 80세까지 사서오경의 원전을 읽고 정리하는 게 그의 목표다. 

[고양신문] “주역은 점을 치는 책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서 선(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행신동물병원(덕양구 행신동) 원장으로 30년 넘게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석경 장중덕씨가 오는 9월 7일부터 ‘건강넷’에서 『주역』 강의를 시작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원문을 읽고 뜻을 함께 궁리하는 ‘강독’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강넷은 사과나무의료재단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건강·인문학 등을 함께 배우고 나누는 모임이다.
 장 원장은 “주역은 사람 도리를 담은 철학 체계”라고 설명했다. “문왕과 주공이 본문을 만들고 공자가 해설을 덧붙였어요. 인간이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죠. 요행을 바라거나 횡재를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번 강좌는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5년간 진행했던 주역 공부의 연장선이다. 이전 강의가 설명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원문과 세주까지 함께 읽을 예정이다. 『자하역전』을 2년, 『주역전의대전』을 8년간 공부하는, 향후 10년의 장기 과정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주역 공부는 결국 공부하는 사람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감나무에 올라야 감을 딸 수 있는 것처럼 주역도 마찬가지예요. 책속의 이치가 저절로 자신의 이치가 되는 게 아니에요. 함께 읽고, 고민하고, 체험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가 동양 고전을 공부하기 시작한 계기는 삶의 좌절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방황과 갈등을 겪으며 2~3년간 무기력하게 지내던 어느 날 서점에서 논어를 만났다. “3일 만에 다 읽었습니다.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죠. 신의가 없는 것,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남에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 등, 논어에 나온 이야기들이 모두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삶의 고비에서 항상 논어를 펼쳤고, 35세부터는 원전으로 꼼꼼하게 읽어 나갔다. 그는 지금도 동물병원 일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고전을 읽고 교재를 만든다. “즐거워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삶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3000년 전의 주역을 굳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원장은 ‘지식’과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많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에요. 결국 사람이 정보를 분별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하죠. 주역 공부는 바로 그런 분별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가 말하는 주역 공부의 핵심은 ‘상도(常道)’와 ‘권도(權道)’다. 변하지 않는 원칙이 상도라면,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원칙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권도다. 총론과 각론처럼, 원칙을 알고 상황에 적용하는 힘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주역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을 읽다가 문득 과거에 내가 고집을 부려서 곤란을 당했던 일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게 되죠. 64괘 안에는 삶의 다양한 상황이 담겨 있으니, 지나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길을 함께 비춰볼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 담겨 있다고 봐야죠.”

그는 강의료 전액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그동안 논어, 맹자, 대학 등의 강의료도 기부해 왔고, 10년 이상 이 일을 이어오는 중이다. “강의료로 무엇을 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를 고민했고,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공부하는 분들이 뜻을 모아주셨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장 원장은 앞으로도 고전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한다. 그의 목표는 80세까지 사서오경의 원전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심과 지성의 맹자』 1~3권, 시경 완역본 『삼천년 사랑의 노래 1』을 출간했고, 내년 초에는 2권과 3권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주역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간절함을 당부했다. “주역이나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는 많은 것을 얻지 못합니다. 모든 학문은 간절하게 구해야 얻을 수 있지요. 주역은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올바르게 처신하려는 사람에게 귀한 공부가 될 것입니다.”

주역 강독 문의 : 석경 장중덕 010-6332-5534